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현재 가동 중인 21기의 원자력발전소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제1발전소 1호기 폭발로 방사능이 누출되면서 피폭자가 발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대응은 바람의 영향이 없기만을 학수고대할 뿐 이렇다 할 대응책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일본의 원전 사고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지진에 따른 내진설계 미숙 등에 의한 원전 폭발이 아니라, 쓰나미가 덮치면서 정전사고로 인해 냉각수 공급이 차단되면서 일어났다. 비상시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2개의 디젤 발전기도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경수로 원전도 기본 전력망 외에 소외 전력망 및 비상 디젤발전기가 이용 불가능한 것에 대비해 대체교류전원(ACC) 디젤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중수로는 예비 디젤발전기(SDG) 및 비상 디젤발전기(EPS)가 설치돼 있으나 전력망 자체를 파괴하는 대규모 쓰나미에는 무용지물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해의 영광원전은 수심이 낮은데다 단층도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아 대형 쓰나미 가능성은 적다”면서 “지진해일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울진 원전도 10m의 부지 위에 있어 지진해일 영향은 3m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고 다소 안전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불의의 정전사고나 활성단층으로 알려진 국내 양산단층, 일본 오쿠시리 단층 및 쓰시마 고토 단층 등에 대한 엄밀한 분석 및 대응은 세밀한 분석이 필요함에도 공개가 되어 있지 않다.
최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150톤인 보잉707기가 초속 103m(시속 360㎞)의 속도로 격납건물에 충돌했을 경우를 구조해석 모델로 정밀 분석한 결과, 28m² 정도의 부분 파괴가 일어나지만 두께 1m20㎝ 이상인 격납건물의 콘크리트 내부에 망상으로 밀집된 철근이 항공기가 관통하는 것을 막아 원자로심을 파손시키는 위험한 상황은 초래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KINS는 노심 지하 10㎞ 이하에서 리히터 6.5 규모로 지진이 발생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국내 판구조론 전문가는 “일본의 서쪽, 즉 우리나라 동해안과 마주보고 있는 오쿠시리 단층과 부산 인근의 쓰시마 고토 단층은 모두 우리 해안선에서 300~1000㎞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활성단층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진의 위험을 간접 경고했다.
이 전문가는 또 “울진 원전이 위치한 곳에는 활성인 양산단층도 있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일본 서해안에서 강진이 발생하면 판구조론상 100분 정도 지나서 쓰나미가 우리 동해안을 덮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1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일본 원자력발전소 폭발 원인이 쓰나미로 인한 정전”이라면서 “우리는 쓰나미에 대해 얼마나 대비하고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김창경 교과부 2차관은 “이번 일본 해일의 높이는 4.4m였다”면서 “우리 원전 주변의 방파제는 10m로 설계됐다”며 안정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은 우리나라 원전 주변 방파제의 높이는 3m라고 수정했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계절이 여름으로 바뀌면서 바람의 방향도 한국쪽으로 바뀐다”며 “유출된 뒤 최대 수개월에서 1년 정도 존재하는 방사능물질이 한국으로 날아 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지진이나 해일에 의한 피해 산정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원전 문제를 검토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희범·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