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매각 꼬일수록 론스타는 즐겁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계의 `트러블 메이커`였던 투기자본 론스타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팔고 한국을 떠날 줄 알았으나 금융위원회의 매각 승인이 다음달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정례회의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예정이었지만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이 최근 유희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무죄 선고를 파기 환송하면서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 상실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위는 추가 검토를 거쳐 15일까지 상정 여부를 계속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만 더 깊어지고 있다.

◆다시 불거진 론스타 먹튀 논란=론스타 논란은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을 재점화했다.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계속 미루다가 매매 승인 직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전에 제대로 심사해 대주주 적격성을 부인했다면 협상력이 떨어져 외환은행 매각에서 지금처럼 막대한 차익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2007년부터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시도했지만 론스타가 벨기에 법인의 투자현황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심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금융당국 승인이 지연되거나 부결될 경우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매월 329억원의 지연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5월 말 이후에는 어느 한쪽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 론스타가 계약을 깰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한 론스타는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외환은행의 현대건설 매각 차익 가운데 최대 6000억원을 챙길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시장 상황을 관찰한 뒤 새로운 대상을 찾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들 경우 하나금융과의 계약을 깨고 현대건설 매각 차익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나금융과 계약이 깨진 이후 금융당국이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상황이 발생한다면 론스타는 정해진 시간 내 촉박하게 외환은행을 팔아야 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인수를 노리는 주체들이 많아 헐값 매각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론스타는 승인 지연 가능성 속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받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상금 329억원 논란 소지=금융당국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승인을 지연시킬 경우 론스타의 차익을 늘려줬다는 비판을 듣고, 승인을 해줄 경우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수 있는 론스타가 강제매각을 면하고 막대한 차익을 챙겨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을 듣기 때문이다.

다만 대금납입 지연에 따라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줘야 하는 매월 329억원의 보상금은 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일 경우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의 과거 불법행위로 인해 금융당국 승인이 늦어짐에 따라 계약에 차질이 왔다"며 "납입 지연은 론스타의 책임으로 볼 수 있어 계약 조건에 따라 지연 보상금을 주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책임 공방이 뒤따라야겠지만 이렇게 된다면 금융당국은 부담을 한층 덜게 된다.

한편 외환은행 지분 6.25%를 보유한 수출입은행도 론스타와 같은 조건의 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약속받았던 주당 배당금 850원과 실제 배당금 580원의 차익을 보상받는 것은 물론, 론스타가 지연 보상금을 받을 경우 수출입은행도 받게 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론스타와 같은 조건으로 하나금융에 지분을 매각하도록 돼 있다"며 "론스타가 보상받는 부분은 우리도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지분 비율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107억원의 배당금 보상 외에 4월 이후 매월 40억원의 지연 배상금을 받게 된다. 그만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매일경제 이창훈 기자/김태근 기자/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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