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 자리에만 관심갖는 공무원

"(공무원들이)잿밥에만 관심을 보인다."

오는 28일 출범할 예정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설립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의 쓴소리다.

한 과학기술계 전문가는 "부처 갈등을 조정하고 국가R&D 컨트롤 타워를 세우는 데는 신경도 안 쓰던 정부 인사들이 막상 조직과 자리가 생기니까 서로 숟가락 들고 나서는 형국"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국과위 차관급 두 상임위원과 사무처장 자리는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관료들이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국과위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장관급 위원장으로는 지난달 23일 김도연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이 내정됐고, 지난 11일 김차동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조정실장과 김화동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이 차관급 상임위원으로 내정됐다.

사무처장(1급)은 이창한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이 맡는다.

결국 상임위원과 국과위 사무처 수장 자리를 국가R&D 정책과 예산에 대한 기득권을 주장하며 힘겨루기를 했던 3개 부처가 하나씩 나눠 가진 셈이다.

상임위원에 민간전문가를 1명 영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나눠먹기` 앞에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협력과 전문성`은 없고 `나눠먹기`만 남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전체 민간 채용 부문도 크게 줄었고 그나마 비정규직 채용이 많아 우수인력 영입은 물 건너 갔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기술인은 "사무처 인원 절반을 민간 전문가로 채우려던 당초 계획이 지켜지지 않고 상위직에 민간 전문가가 없다는 것, 그리고 민간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점을 볼 때 국과위가 새로운 범부처 행정조직으로서 관료주의에서 탈피해 `전문성`과 `균형감`을 지켜낼 수 있을지 대단히 염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학기술인은 "민간 과학기술인 전문성을 살려 국가 과학기술정책을 효율적으로 총괄 조정한다는 당초 국과위 설립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관료조직`만 또 하나 탄생했다"고 지적했다.

국과위 사무처 인력과 구성도 `공무원 중심 조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국과위 사무처는 모두 120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공무원은 70~80명 규모다. 현재 44명은 교과부(37명)와 기재부(7명)에서 소속을 옮겼고, 나머지는 공모를 통해 충원한다.

사무처 인력 가운데 70% 가까이가 공무원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당초 계획은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 비율을 50대50으로 맞춘다는 것이었다.

교과부 측은 당초 150명 수준으로 계획한 조직안이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을 거치며 줄었고, 민간 부문 인력 감축 폭이 커졌다고 설명한다. 결국 공무원들이 자기 그릇은 챙기고 민간 부문만 크게 축소시킨 셈이다.

[매일경제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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