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대지진으로 석유제품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정유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일본 최대 정유업체인 제이엑스(JX)니폰오일앤드에너지(옛 신일본석유)가 센다이·가시마·네기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지바현에 위치한 일본 4위 정유업체 코스모석유의 지바 제유소 고압가스 탱크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일본 내 정제설비의 15%(하루 생산 82만배럴)가 가동을 멈춘 것이다.
◇원유 가격 하락, 석유제품 가격 상승=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일본의 정제시설 가동 중단으로 원유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피해 복구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원유 가격은 떨어지고 제품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 가격 간 차이가 커져 세계적인 정제설비를 갖춘 국내 정유업체에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일본 지진으로 인해 원유 수요는 줄지만 석유제품 수요는 되레 증가해 원유 가격과 제품 가격 간의 스프레드가 커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대일본 수출 물량이 늘어나는 한편 원유·제품 가격 차이에 따른 수익성도 향상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일본 석유제품 수출 물량은 휘발유 519만배럴, 등유 291만배럴, 경유 367만배럴, 벙커C유 285만배럴, 납사 2049만배럴 등 4060만7000배럴로 금액으로 따지면 34억달러에 달한다.
◇비축기지 대여 및 석유제품 임가공 무역 가능성 높아=일본 내 정제설비 가동 중단에 따라 일본에서 국내 비축기지 대여나 석유제품 임가공 무역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동산 원유 비중이 75% 정도로 높고 대부분 장기계약으로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정제시설은 돌아가지 않지만 원유를 실은 배가 속속 일본으로 향하고 있어 일본에서는 이를 저장하거나 정제를 위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SK에너지나 GS칼텍스는 예전부터 수입한 원유를 넘겨주고 위탁가공하는 사례가 자주 있어 왔다”며 “일본에서 요청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연백 지경부 석유산업과장도 “일본에서 비축기지 대여나 위탁가공을 요청해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면서도 “현재 일본 내 정제시설 가동률이 60% 정도라 자체 소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