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티브 잡스와 같은 IT인재를 키우기 위해 대규모 돈을 투자해 시행하는 IT명품인재 양성 학과 강의가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에서 시작됐다.
연세대가 글로벌융합공학부라는 이름으로 모집한 이 클래스에는 현재는 16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대학 오기전 나름대로 ‘한가닥’ 하던 이들은 전액 장학금을 받고 기숙사 생활을 한다.
3년만에 학부를 졸업하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청운의 꿈을 품고 캠퍼스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곳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에서 승용차로 1시간쯤 달리니 송도 국제캠퍼스로 들어가는 관문(송도 1교)이 나타났다.
이곳을 지나 2분쯤 달리다 죄회전해 3분쯤 들어가니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 건물이 나타났다. 지난 2일 학사일정을 시작하면서 연대의 ‘송도 시대’를 알린 이곳에는 글로벌융합공학부 학생을 포함해 약 400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기자가 찾은 지난 11일 오전 10시에는 글로벌융합공학부의 수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차렷” “경례”의 인사말에 이어 “Are you ready”를 시작으로 수업이 이뤄졌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배려해서인지 수업을 맡은 가민호 교수는 ‘행렬식’ 등 일부 어려운 단어는 한국말로 풀어줬다. 영어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 100% 찬성하는 건 아니었다. 과학고 출신의 한 학생은 “아무리 국제학부라 해도 1학년 1학기 때부터 영어로 수업하니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수는 학과가 ‘글로벌’을 지향하는 만큼 처음부터 영어수업이 불가피하다.
일반고 출신의 한 학생은 “영어 강의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영어를 잘해야 기회가 많고, 또 이왕 할거면 빨리 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다 보니 모든 게 ‘개척’이다. 교재도 새로 개발해야 한다. 그만큼 힘이 드는 여정이다. 하지만 가민호 교수는 “(힘들지만) 교수라면 이런 식의 수업을 누구나 한번 씩 꿈꾼다”면서 “이론과 현실을 접목한 생생한, 살아있는 수업이 되도록 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미국의 MIT랩’을 꿈꾸며 정부가 첫 시행한 이 사업에는 정부가 50억원, 민간기업이 120억원 등 매년 170억원이 10년간 지원된다. 그만큼 학교 안팎의 시선도 뜨겁다. 그 시선은 ‘세계 IT를 이끌 창의 인재 배출’로 요약된다.
이런 외부의 시선에 대해 학생들은 다소 부담스러워 했지만 대다수가 “관심을 즐기겠다”는 반응이었다. 기성세대들이 뭘 요구 하는지 잘 알고라도 있다는 듯이, 학생들의 포부는 높고 다양했다.
서울 버스 앱(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이미 유명세를 탄 바 있는 유주환 군은 “아이폰 처럼 세상을 바꾸는 뭔가를 만들어 내고 싶다. 그게 아이폰 이든 뭐든”이라고 했으며, 윤준영 군은 “스마트폰이 사회를 바꿔나가는 것처럼 사회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런 아이콘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고 3때 과학올림피아드 대상을 받은 바 있는 조아진 양은 “실험과 연구가 많다고 해 이 학과를 택했다”면서 “에너지, 환경 분야를 연구해 국제기구에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이제는 우리가 다른 나라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가 우리를 모방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
박지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