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0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쇼핑몰 `플라자 세나얀` 인근 교통은 하루 내내 마비상태였다. 이날 10시 인도네시아 첫 태블릿PC인 갤럭시탭 판매를 앞두고 2000여 명이 새벽부터 쇼핑몰 주변에 줄을 섰기 때문.
애플 아이폰 출시에도 꿈쩍하지 않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갤럭시탭을 빨리 손에 넣기 위해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를 견뎠다.
2011년 3월 15일 자카르타 번화가 수드리만의 최고급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 1층 커피빈 매장에 들어서자 직장인들이 갤럭시탭과 노트북을 펴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옆자리 20대 대학생들은 갤럭시탭을 들고 `앵그리버드`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다. 건물 밖 버스정류장에는 바지 뒷주머니에 갤럭시탭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IT기기 판매점이 모여 있는 `앰버서더` 쇼핑몰 3층에서 만난 직장인 윌리 씨(36)는 "갤럭시탭으로 인터넷을 하고 구글 캘린더로 일정관리를 해야 앞서가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삼성 갤럭시탭이 인도네시아의 모바일 생활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앱이 주도하는 새로운 디지털 라이프가 생기고 있다. 전무했던 인도네시아의 e북(전자책) 시장은 갤럭시탭 등장으로 하루 5000건 이상 내려받기가 이뤄질 만큼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유력 증권사 `이트레이딩 시큐리티스`가 안드로이드용 주식거래 앱을 내놓고 한 자동차회사가 차량에 갤럭시탭 탑재를 고려하는 등 갤럭시탭 영향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안드로이드 앱 시장이 성장해 개발자들의 수익 기반도 마련됐다.
판매 첫날부터 자카르타를 들썩이게 했던 갤럭시탭은 현재까지 4만대 이상 판매돼 지난 1월 현재 인도네시아 태블릿PC 점유율 68%(시장조사기관 GFK 자료)를 차지하며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애플 아이패드 점유율(31%)의 2배가 넘는다.
갤럭시탭으로 안드로이드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이 0%대에 머물렀지만 지난 1월엔 6%대까지 올라왔다.
삼성 모바일 기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삼성 독자 플랫폼 `바다` 점유율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인도네시아의 갤럭시탭 판매가는 649만9000루피아(약 82만원)로 현지 대졸 초임의 2배가 넘지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의 현지화 노력도 주효했다. 삼성은 인도네시아 신문, 잡지, 도서 등을 서비스하는 `e리딩` 앱을 자체 개발했고 개성이 강한 인도네시아 고객 성향을 겨냥해 취향에 맞게 기기 뒷면을 디자인해줬다.
김유영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장은 "인도네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60%가 내수에서 나올 만큼 탄탄한 시장"이라며 "올해 갤럭시탭이 2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매일경제 황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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