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속도를 높여주는 ‘탈것’이 아니다. 동공의 움직임을 파악해 졸음운전을 방지하건, 레이더·크루저 기술로 앞차와의 거리를 파악해 자동으로 움직임을 조절하는 등 최첨단 IT의 집약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자동차의 전자화·첨단화를 이끄는 중심에 있는 회사가 ‘최고급 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 벤츠다.
벤츠는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개발부문에서 IT를 활용해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아우토반을 달리는 트럭을 이용한 실증실험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IT를 통해 항공기처럼 자동차도 예방안전을 갖출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벤츠는 2000년 이후 엔진부터 브레이크와 차체 안전장치까지 모두 전자회로를 이용해 개발 중이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Das beste, oder nicht)’는 창업정신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벤츠의 120여년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동차의 발전을 이끌어 왔고, 이런 벤츠의 탄생에는 공동 창업자 고틀리프 다임러와 칼 벤츠가 있었다.
근대 자동차의 아버지로 꼽히는 둘은 1883년 ‘벤츠앤드시에(Benz&Cie)’, 1890년 ‘다임러 자동차 회사(DMG)’를 설립해 초기 자동차 성장을 이끌었다. 이후 1차 세계대전 후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1926년 두 회사는 합병했다. 물론 이때 고틀리프 다임러는 사망한 이후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안전을 중시하는 칼 벤츠와 속도에 무게를 뒀던 고틀리프 다임러의 결합이 오늘날 가장 안전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누릴 수 있는 명차 벤츠를 탄생시켰다.
1834년 3월 17일 독일의 작은 도시 쇠른도르프에서 태어난 고틀리프 다임러는 슈투트가르트의 공업 기술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 영국 등지에서 다양한 기술 직업에 종사했다. 그가 도이치가스 공장 엔지니어로 일하던 시절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작은 별을 그렸는데, 이것이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 엠블럼의 바탕이 됐다. 벤츠의 정식 시명이 메르세데스-벤츠로 바뀐 후 다임러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고틀리프 다임러가 고민하던 자동차에 대한 철학은 여전히 벤츠를 만들고 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