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 대지진으로 일본 기업들이 피해가 속속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결정적인 피해를 입은 기업은 드물어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피해가 집중됐던 도후쿠 지역이 2차 산업보다는 1차 산업이 주력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공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도호쿠 지역에서 수입하는 금액은 지난 2009년 1조668억엔으로 일본 전체 수입금액의 2%에 불과하다. 일본 전자기업 주력공장들의 위치도 주로 남부, 서부 등에 위치해 있다.
이와 함께 일본 기업들의 공장 분산 정책도 이번 지진 피해를 줄인 주요 이유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한 지사장은 “일본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한 만큼 일본 기업들은 공장이나 연구소 등을 한데 모으기 보다는 분산시켜 배치한다”며 “이 때문에 하나의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타 지역에서 이를 보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4위의 반도체 기업인 르네사스는 일본 내에서만 총 22곳의 공장을 갖고 있다. 이번 도호쿠 대지진으로 7개의 공장이 피해를 입었지만 나머지 15곳의 공장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부품업체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의 세라믹 부품 업체인 무라타의 경우 도호쿠 지역 2곳의 공장이 피해를 입었지만 이 회사는 이밖에 일본 내에서만 총 16곳의 공장을 추가로 운영 중이다. 세계 3위의 장비업체인 TEL 역시 도호쿠 지역 1곳을 포함, 총 4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기흥과 바로 옆 화성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탕정에 모든 LCD 제조시설이 집중된 삼성전자, 구미와 파주에 대규모 밀집 생산단지를 운영 중인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제조기업의 집중화 전략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기업들의 이같은 분산 배치가 지진이라는 독특한 특성에 기인한 것이지만 회사 경쟁력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운영 효율이나 관리 측면에서는 공장이나 관련 연구소 등이 밀집돼 있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 한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한 곳에 생산시설이나 연구시설을 집중시킬 수 있는 한국기업의 환경을 부러워한다”며 “분산 배치는 어쩔 수 없는 일본 기업들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