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지진 한국 성장률 물가에 영향 미칠지 촉각

 정부당국이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 경제와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지진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위기로 번질 우려가 있어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6%, 수입은 15%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이 장기침체로 접어들 것에 대해 큰 우려감을 나타냈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정한 경제성장률 5% 달성에 불확실성이 하나 추가됐다는 것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원전사태가 확산돼 산업생산에 본격적인 차질이 발생할 경우 수출 둔화, 소비부진, 투자침체, 기업 수익성 약화 등으로 일본 경제는 적어도 3분기까지는 성장률이 급락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산부품과 소재의 수급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일정 수준의 부품 소재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입난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품 수입이 원활치 않으면 우리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엔화의 향배도 변수다. 당분간은 복구에 필요한 자금회수로 엔고상태가 유지되겠지만 2~3개월 후엔 엔저로 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물가도 불안요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과 석유·화학제품, 자동차·철강·조선 등 일부 공산품들이 줄지어 상승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내 상당수 정유·석유공장이 조업을 중단하거나 폐쇄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원유 수요가 감소해 국제 원유가격이 하락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복구사업과 전력 재공급을 위한 수입수요가 늘면서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15일(현지시각) ‘지속적인 고유가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을 경고했다. 대지진 때문에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돼 하락세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저하 부담을 털어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일본 대지진 같은 수요 쪽 충격에 따른 가격 상승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공급쪽(OPEC) 충격이 세계 경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윤종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가 우리나라에 미칠 경제적 영향은 향후 고용 성장 물가 등 실물경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저해할 것인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가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것인지 예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물가의 경우에도 일본 수입비중이 높은 일부 농축산물은 가격이 오르겠지만 오히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해 원유와 광물,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은 하락압박을 받을 수 있어 물가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기재부의 판단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