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 일본 경쟁사 돕는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원유 수입물량 처리와 석유제품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경쟁업체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인 건 SK이노베이션이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6일 일본 JX에너지 본사를 직접 방문해 이번 지진 피해에 대한 위로를 전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우선 JX에너지의 동북지역 정유공장에 투입 예정이었던 중동산 원유 200만 배럴(약 2억달러 상당)을 구매하기로 한 데 이어, 추가 구입도 검토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앞서 JX에너지에 휘발유 26만배럴을 최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휘발유 26만배럴은 일본 하루 소비량의 25%에 해당하는 양으로 오는 4월초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원전 가동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도호쿠 전력에도 발전용 중유 1만톤을 공급하기로 했고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 요청으로 어선용 연료유 공급 계약을 체결키도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현재 원유 탱크의 저장 여력이 부족하고 제품 수출 계약이 이미 완료된 상태이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본 지진 피해 복구 지원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협력하기로 했다”며 “일본의 타 석유회사의 요청에 대해서도 최대한 협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지난 14일 일본의 쇼와쉘, 미쓰이케미칼 등 주요 거래업체와 협력업체에 위로 서신을 보내 “복구과정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지원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에 따르면 현재 JX NOE(JX니폰오일 앤 에너지)로부터 휘발유와 납사, 등유, 경유 및 항공유 등 약 100만~150만 배럴의 물량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공급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현대오일뱅크는 충남 대산공장에 증설 예정인 BTX 공장의 공동 투자사인 일본 코스모 오일을 돕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4월까지 항공유와 등유 제품 총 30만 배럴을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의향을 코스모 측에 전달했다. 공장 정기보수가 끝나고 고도화 설비증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협력 체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현대오일뱅크는 설명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내부적으로 일본 지원을 방침을 정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등은 일본 업체와 협의 중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