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연구원 “과학벨트 사업 우선순위 바뀌었다”

 과학기술인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전에 기초과학기술 발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16일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에서 열린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초청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발전협의회(연협)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과학벨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기초과학을 보다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연협 박강호 부회장(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과학벨트가 성공하려면 어디에 입지하느냐보다 과학벨트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전제돼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는 정부가 과학벨트 사업을 너무 급하게 진행하다보니 우선 순위가 바뀐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학벨트의 취지가 기초과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기존처럼 응용산업 중심이 아닌 기초과학쪽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하고, 이와 관련된 인재양성, 배출과 인프라 구축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기초과학을 제대로 하기 위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과학벨트의 목적이지 않느냐”면서 “과학벨트에 대한 구체적인 콘텐츠에 대한 논의 없이 현재처럼 진행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협 정정훈 회장(한국기계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지금껏 추진해온 인천 국제도시와 지방도시 경전철 등은 정부가 장밋빛 청사진만 보여줬고, 과학벨트 역시 마찬가지다”면서 “국가가 국고를 지원할 때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하고, 실패시 국가에 미칠 리스크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과학벨트를 기초과학을 진흥시키기 위해서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기존 시스템 보완이나 연구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추진해 상당히 우려된다”면서 “중이온 가속기와 기초연구원을 분리해 과학벨트를 추진할 경우 안 하는것 만 못하다”고 역설했다.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는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가 3조 5000억원짜리 과학벨트를 업적 쌓기로 간주하는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기초과학연구에 대한 인식이 정부 차원에서 깊이 있게 다뤄지고 과학벨트와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지 등에 대해 연구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