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보·(인공)수로 말고, 비버·버펄로·프레리도그!”
매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결정했고, 올해로 열아홉 번째다. 그날을 일주일쯤 앞둔 16일 서울 태평로 1가 프레스센터에서 ‘2011년 물의 날 및 (부국환경포럼의) 수도권 본부 창립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행사 주제는 ‘물과 위대한 국가 건설: 4대 강 살리기 다음 과제는’이었다.
이 행사 초청장을 10일에 받았다. 주최자인 부국환경포럼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물은 생명의 원천이자 인류 문명의 모태입니다”로 시작하는 짧은 초대의 글에 이끌렸으되 곧바로 ‘아~’ 하는 느낌표. “국민에게 물의 소중함을 알리고자” 하되 ‘위대한 국가 건설’을 위한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다음 과제’를 찾겠다는 그들과 나의 ‘물의 소중함’에 관한 서로 다른 이해. 그리고…, 먹먹한 가슴. 늘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거늘, 언제나 미련 때문에 실망을 되풀이하는 우둔함까지였다. 하긴 개발도상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고, 수자원 보존과 먹는 물 공급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목표를 품은 ‘물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너무 큰 기대를 했을 터였다.
행사에 참석한 여러 교수님과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께 ‘물의 자연사(Water:A Natural History)’를 권한다. 한반도 물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원작이 나온 ‘1996년’에 한국에 소개돼 그가 읽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2010년에야 옮겨진 게 안타깝다.
바로 그가, 멋진 ‘깃털 달린 비버(가죽) 모자’ 때문에 북미 신대륙에서 비버가 사라진 뒤 미국 사람들이 잃은 게 무엇인지를 깨닫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 것(34쪽)을 알았어야 했다. 버펄로 발굽이 만드는 ‘완벽한 지하수 재충전 연못(125쪽)’과 프레리도그가 판 땅 밑 터널의 가치(143쪽)를 알았어야 했다. 바로 그가, 컬럼비아 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라 고인 물이 모여 있는 일련의 호수들인 이유(185쪽)를 알았어야 했다. 미시시피·오하이오·미주리강의 자연 수로를 억지로 바꾼 탓에 국지적 홍수 대신 하류 쪽 홍수가 늘어난 이유와 인위적인 배수를 위해 수로를 깊게 하는 게 그 지역 지하수면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음(208쪽)을 알았어야 했다.
미국의 수로에 꼭 있어야 할 것들이 사라졌다. 비버가 없어 물이 너무 빨리 바다로 흘러갔다. 버펄로가 없어 하천 주변이 망가졌다. 프레리도그가 없어 물이 땅속 깊이 스며들지 못했다. 비버·버펄로·프레리도그와 함께 앨리게이터, 숲, 굽은 흐름(곡류), 범람원이 사라지면서 강은 물론이고 땅의 풍요로움까지 줄었다(282~283쪽).
바로 그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오늘날 (미국) 공병대가 키시미강을 제방과 갑문에서 해방시키고, 습지를 회복시키려 노력(289쪽)”하는 이유다. 1928년에 220㎞짜리 구불구불한 키시미강을 애써 ‘곧게 뻗은 길이 90㎞, 폭 50m, 깊이 9m짜리 운하’로 만들었는데, 지금 ‘왜’ 애초의 강에 가깝게 되돌리려 땀을 쏟겠는가.
물을…, 제발 그 상태 그대로 놓아둡시다. “이제 우리의 땅에 균형을 회복하고, (비버와 프레리도그 등) 자연의 공학자에게 제 역할을 맡길 때(299쪽)”가 됐습니다.
“댐·보·수로 말고, 비버·버펄로·프레리도그!”
앨리스 아웃워터 지음. 이충호 옮김. 예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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