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 대재앙] 일부 기업들 주재원 철수 시작…대기업은 여전히 신중

 17일 오후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

 전광판에 하네다발 비행기의 도착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지고 얼마 후 승객이 우루루 몰려든다. 유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부터 갓난아기를 가슴에 안은 여인, 여행 또는 출장길에 올랐던 한국인 등 상기된 얼굴의 승객들이 속속 도착한다. 삶의 터전을 뒤로 하고 한국을 찾는 일본인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일본 공항인지 의심케 할 정도로 일본어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딸과 엄마는 부등켜 안고 재회한다. 한켠에서는 한 아버지가 “잘 들어왔다”며 유학생 아들의 무사귀환을 반갑게 맞이한다. 한국인들은 무사히 고국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일본인들은 친지 또는 가족과의 만남 덕분인지 얼굴 표정이 금세 밝아진다.

 귀국하는 직장인 A씨는 “지금까지 김포공항 입국장이 이처럼 사람으로 붐볐던 적이 없었다”며 “지진과 원전 폭발의 위력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원전 피해 우려가 확산되면서 일본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주재원 및 가족들 역시 귀국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중견·중소기업은 주재원들의 철수를 결정했지만, 대기업들은 거래선과의 관계를 고려해 주재원 철수에 신중한 모습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일본발 김포행 비행기로 입국하는 이들 중에는 여성과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였다.

 주재원 철수에 적극적인 중견·중소기업들은 항공편 예약까지 도와주며 발 빠른 귀국을 돕고 있다. 넥슨재팬은 일본인 직원 중에서도 한국행을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 항공 예약과 숙소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주재원 가족들은 자발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까지 주재원 철수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삼성은 지진의 집중 타격을 입은 센다이 지역에서 파견인력 2명을 포함해 가족 15명을 도쿄로 철수시킨 이외에는 아직까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LG전자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도쿄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가족의 귀국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원석·권건호기자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