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8)건강도 맞춤형 시대 ‘스마트헬스’
“2050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고령 국가가 될 듯…(통계청 20009년)”
“급격한 고령화 영향으로 만성질환자 크게 증가할 듯…(통계청 2010년)”
급격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우리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과다한 업무나 스트레스로 인해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질병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을지 모른다. 증상도 다양하다. 손 저림·어깨 결림에서 당뇨·간장질환·관절 류머티즘·고혈압·심장질환 등 셀 수 없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암’과 같은 난치성 질병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는 게 의료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인간의 수명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IT와 BT, 로봇기술의 융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의 꽃으로 불리는 ‘개인별 맞춤치료’도 개화를 앞두고 있다.
◇시대가 변한다=한국인들의 의료비 지출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의료비는 2000년 53만8366원에서 2008년 137만2000원으로 2.5배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만성질환자 수는 매년 평균 18%씩 증가했다. 주요 만성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건강보험실 진료환자 수는 2006년 1021만명, 2007년 1083만명, 2008년 1130만명으로 2년 만에 100만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진료비 역시 2006년 8조5000억원, 2007년 10조5000억원, 2008년 12조1000억원으로 2년 만에 42% 늘어났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의료비 증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3.5배다. 고혈압·당뇨·뇌혈관질환·심장질환 등 4대 만성질환자가 증가한데다 예방성 검진도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009년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인구 607만명은 전체 진료비의 32%를 사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0%(502만명)에서 2025년 20%, 2050년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을 제치고 앞으로 40년 후에는 한국인들이 가장 오래 살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유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평균 수명이 눈, 귀 등 신체장기의 수명을 초과함에 따라 특정 질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며 “얼마나 오래 사는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오래 사는지 같은 삶의 질이 중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헬스 시대=건강과 신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시장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 SK, CJ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의료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동안 관망해 왔던 후발기업들의 진출도 잇따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달 미국 퀀타일스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유방암치료제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CT-P6를 비롯, 관절 류머티즘 치료제인 레미케이트, 항암제(비호지킨림프종) 등 9개의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해외 20여개국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제네릭 주사용제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미국 호스피라사와 포괄적 협력계약을 체결했으며, 2010년 11월에는 일본의 닛폰카야쿠사와 일본 시장 유통을 위한 포괄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LG생명과학은 인간 성장호르몬에 대한 미국 임상을 완료했으며, 국내에서는 관절염 치료제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개인별 맞춤의료 서비스 시대도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2003년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후 병원 또는 의료보험, 의료서비스 기관에서 개인맞춤 의료서비스가 속속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라이스 워터 하우스 쿠퍼스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320억달러 규모였던 개인맞춤의료 시장은 2015년까지 약 452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의료기기=IT와 BT가 만나면서 우리의 의료 서비스 및 연구개발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한국의 강점인 IT 및 의료서비스 역량과 제약 의료기기 산업을 접목한 융·복합형 헬스케어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우리나라 병원은 우수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인 파이저는 지난 2008년 우리나라를 세계적 임상파트너로 주목하고,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연구를 주도할 글로벌 핵심임상연구기관 9곳 중 4곳을 한국 병원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기준으로 국내 임상 시험이 338건, 글로벌 임상시험이 182건으로 아시아 도시 중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유치하기도 했다.
의료기기 시장도 확 바뀌고 있다. IT 및 로봇기술을 활용해 신체기능을 보완하는 의료보조기기는 물론이고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50대 발명품에 선정된 목재 뼈 등이 대표적이다. 참나무 소재로 만들어진 목재 뼈는 기존 세라믹이나 타이타늄 재질보다 인체거부 반응이 적고, 뼈 구성 물질의 침투가 용이하다. 미국 MIT에서는 시각 장애인의 눈 측면에 타이타늄 소재로 된 작은 칩을 부착해 환자의 뇌로 시각정보를 전송해 주는 기술이 연구 중이다. 국내 FCB파미셀은 세브란스병원과 심근경색으로 기능이 상실된 심장세포를 줄기세포로 재생하는 치료법을 개발, 상업화를 준비 중이다.
디지털화, 초소형화, 모바일화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수술로봇 다빈치(Da Vinci)는 2000년 출시된 이후 10년간 1000대 이상이 병원에 공급됐다. 수술 시 절개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고 의사의 손 떨림에 의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CT, MRI 등 첨단 영상진단기기와 간이수술실 등을 이동차량에 장착해 소비자를 찾아가는 이동식 병원도 등장했다.
모바일화의 경우, 지난달 GE헬스케어가 출시한 포켓 크기의 초음파 의료장비가 대표적이다. 의사는 물론이고 응급구조사들이 진료 현장에서 즉각 환자의 몸속을 보면서 진단할 수 있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극복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크기의 3.5인치 모니터를 통해 흑백 장기영상과 컬러 혈류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심장은 물론이고 복부, 방광, 임산부의 태아상태를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김남균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심장 전문의들에게 제2의 청진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시장도 기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시밀러로 중요도가 옮겨오고 있다. 합성의약품 비중이 축소되는 반면에 항체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3년께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미국 시장 내 특허가 만료되면서 미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는 지난 2006년 762억달러에서 2010년 1442억달러, 2020년 260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 가운데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0년 22억달러에서 매년 40%씩 성장하면서 2020년 905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세계 10대 의약품 중 바이오의약품 수 역시 2000년 1개에서 2014년 7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스> 바이오 의약품도 스마트하게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면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과 같은 생물의약품으로 합성의약품인 제네릭과 구분된다.
바이오시밀러는 높은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투자 대비 개발비용이 높다는 것이다. 개발비용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10분의 1, 개발기간은 2분의 1인 반면에 성공률은 10배가량 높다는 지적이다. 단점은 오리지널과 달리 독점권이 없어 신약만큼의 고수익을 보장하기 어렵다.
주요 바이오시밀러 제품으로는 관절 류머티즘 치료제인 암젠의 엠브럴, 유방암 치료제인 제네텍의 허셉틴, 삼성이 개발 중인 로슈의 맙테라(성분명 리툭시맙) 등이다. 허셉틴의 세계 시장규모는 2009년을 기준으로 48억9000억달러로 추산된다. 맙테라는 항체의약품의 일종으로, 말기 림프구성 백혈병이나 관절 류머티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며, 오는 2015년 특허가 만료된다. 관절염치료제인 레미케이드는 2009년 기준 세계시장 규모가 59억3000억달러에 달한 블록버스터급 항체의약품이다.
특별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안석현 기자,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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