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 `종이없는 창구` 공동 추진

 국내 은행들이 ‘종이 없는(페이퍼리스) 창구’ 환경 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그동안 전자문서 불모지에 가깝던 금융권의 페이퍼리스 업무 확산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은행업계와 금융결제원은 최근 은행 창구에 종이가 필요 없는 전자문서뱅킹 시스템 구축 방안 마련을 위한 은행권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농협·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 일부 대형 은행들은 2011년 창구 전자문서 도입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시범사업 예산도 편성했다.

 국민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 12월 고객 기재사항이 없는 내부 발생 전표와 본인 확인 증빙용 실명증표 사본 등을 전자문서로 처리하는 ‘전자문서를 활용한 그린뱅크’ 시스템을 시범 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은 페이퍼리스 환경 전환에 많은 설비 투자비용이 발생하고 고객들의 종이 이용 관행도 바꿔야 해 사업 추진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에 은행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아직 이용자의 전자문서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지 않아 적용 대상 문서의 범위와 양식, 서명방법 등을 공동으로 마련해 편의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시중은행에서는 현재도 은행을 방문고객에게 가능한 업무는 자동화기기(ATM)를 사용하도록 안내하는 등 종이 사용 절감 활동 펼치고 있지만 아직 이를 거부하는 고객 비율이 높은 실정이다.

 은행 정보화부서 관계자는 “은행들이 각자 자율적으로 진행할 사항이지만 구현 비용의 낭비와 대기시간 증가 등 창구업무의 혼란 야기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TF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 관련 법령이나 규정 개정 등도 공동 TF를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은행업계는 페이퍼리스 창구 환경을 은행 전 점포에 확대하는 부분도 시범 실시 기간을 충분히 가지고 고객의 반응과 불편사항을 최대한 수렴해 보완한 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은행창구 등에서 발생하는 대고객 종이문서를 2015년까지 50% 감축키로 하고 추진 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공동 계획 마련을 포함해 은행업계가 다양한 방향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