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최근 만난 하나SK카드 고위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플라스틱카드를 ‘손안에 든 지갑’ 모바일카드로 대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며 동시에 자신감이다.
하나SK카드가 ‘모바일카드 시대’를 선언하며 그 첫번째 카드(터치7)를 출시한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하나SK카드는 한국 모바일카드시장의 개척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테이프를 끊은 것은 아니지만 여타 경쟁사들이 ‘지금은 이르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한발 떨어져 있는 동안, 회사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했다. IT업계(한국IBM) 출신으로 유통업계에서도 최고정보책임자(CIO)로 화려한 경력을 남긴, 이강태 사장의 전두지휘한 힘이 발휘한 결과다.
1년이 지난 현재 하나SK카드의 모바일카드 발급 건수는 7만4000장. 수적으로는 일반 플라스틱 카드의 시판 후 발행건수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 점유율 9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특히 최근의 성장세가 주목된다. 출시 초반 수백장 수준의 발급에 그쳤으나 지난해 9월 이후에는 그 규모가 수천장으로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1만장(이하 누적기준)을 넘어선데 이어 11월(2만1621장) 12월(3만7599장) 올들어 1월(5만6180장) 2월(7만821장) 등 빠른 성장세다. 초기 젊은층 중심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만 이용하고 말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폭발적인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이용자층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이 기능적 한계로 모바일카드가 지원되지 않는 가운데 얻어낸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가장 안정적인 경제활동 인구로 장기적 고객 전환이 기대되는 층으로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획한 아이디어 사업이 모바일터치존이다. 300만곳이 넘는 신용카드 가맹점에 모바일카드 리더인 ‘동글’을 일시에 깔지는 못하지만, 젊은층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동글을 깔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올해들어 서울 명동·을지로 일대에 터치존을 구축했다. 올해 추가로 대학가 등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동일한 사업을 전개한다. 이르면 6월 아이폰5가 나온다. 여기에는 모바일결제기능을 갖춘 근거리양방향통신(NFC) 기술이 접목될 예정이다. 하나SK카드에게는 커다란 시장 확대 기회가 되는 셈이다.
윤원영 하나SK카드 상무는 “1년 전만 해도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던 다른 회사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바일카드가 새로운 성장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지난 1년간 꾸준히 추구해 왔던 경험과 성과를 통해 확대되는 모바일카드 시장에서의 리딩컴퍼니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이강태 하나SK카드 사장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이강태 하나SK카드 사장이 내다본 앞으로의 모바일카드 시장 전망이다. 모바일카드를 발급하고 1년 가까운 시간을 지켜보고 느낀 소회이기도 하다.
7만여장의 발급실적. 분명 회사가 세운 목표치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성과는 분명 미약합니다. 하지만 어느 단계가 되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사용자중에는 마니아층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올해 말에는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이 사장은 이어 “모바일결제와 관련한 여러단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 등도 NFC 표준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하나SK카드 주도로 시장이 이미 변화했음을 강조했다.
과거 혁신적인 사업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던 이강태 사장. 올해도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펼친다. 대표적으로 회사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모바일화한다는 계획이다. 카드의 신청부터 발급·승인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바일로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큰 그림이다. 상품에서 앞설 뿐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여타 카드사와는 차별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도 변화를 시도한다.
이 사장은 “벌써 새벽은 밝아오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신시장 개척자로서의 희열이며 앞으로의 시장에 대한 확신을 그의 말에서 느낄 수 있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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