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5천만년 전 멸종한 삼엽충 수십억마리가 마치 `폼페이 최후의 날`처럼 살던 모습 그대로 화석화된 현장들이 세계 도처에서 발견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18일 보도했다.
미국 신시내티대학의 칼튼 브레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오클라호마와 모로코, 폴란드, 뉴욕 등지에서 발견된 삼엽충 집단 매장지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다른 절지동물들처럼 몸집을 키우기 위해 때때로 무거운 등껍데기(외골격)을 벗어던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미국지질학회 회의에서 보고했다.
게나 가재, 거미 등과 함께 절지동물에 속하는 삼엽충은 이처럼 탈피하는 시기에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한데 모이며 이런 기회를 이용해 집단 짝짓기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발견한 최초의 집단 짝짓기 현장 화석은 뉴욕에서 발굴된 약 3억8천만년 전의 암석에 갇혀 있었다. 연구진은 이후 이런 행태를 확인하기 위해 독일의 3억9천만 년 전 암석과 모로코의 4억년 전 화석, 신시내티의 4억5천만년 전 것, 오클라호마의 4억7천만년 전 화석을 두루 조사했다.
이런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도 삼엽충의 집단 짝짓기 행동이 일반적이며 진화 초기부터 시작된 현상임이 확인됐다.
삼엽충들의 무더기 화석은 허리케인으로 일어난 폭풍 퇴적물에 삽시간에 파묻혀 마치 화산재에 파묻힌 폼페이 시민들처럼 살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데 벗은 허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몸 크기가 같은 대규모 집단이 탈피한 채 종 별로 모여있어 같은 나이 그룹의 집단 짝짓기 행동을 입증하고 있다.
연구진은 삼엽충 집단 화석들이 길게는 130㎞에 걸쳐 형성돼 있었으며 이런 집단 화석은 한 사건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삼엽충들이 마치 현대의 절지동물들처럼 10여마리가 긴 행렬을 이룬 사례들을 발견, 이들이 오래 전부터 집단 이동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삼엽충은 눈도 없이 빛이 들지 않는 비교적 깊은 바다 밑에 살았으며 동행을 촉각으로 인식하면서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진은 발견된 삼엽충의 개체수가 수십억마리는 될 것이라면서 이런 대규모 몰사는 인간의 수준에서 보자면 극도로 희귀한 사건이겠지만 지질학의 역사에는 이런 사건들이 수도 없이 일어난다면서 발견된 모든 증거들이 이들 고대 동물의 복잡한 동시 탈출과 집단 번식 행동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