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격납용기의 상태가 수소 폭발과 해수 투입 과정에서 엉망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력이 복구됐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냉각수 공급까지 첩첩산중일 수 있겠지요.”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은 지난 19일 원자로의 상태가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전력선 복구의 직접적인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 본부장은 “해수 공급만으로도 일단 원자로 상태의 악화는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외부 전원 확보는 안정적인 냉각을 위해 필수적이므로 의미가 크지만, 아직 원자로 냉각에서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원자로 내부 상태에 따라 냉각장치가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선 생각보다 더 복구에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바닷물의 공급 지속에 이어 전원 공급으로 일부 희망의 가능성을 찾은 것으로 봐도 좋습니다. 원자로 내부 시설이 대지진에도 불구하고 다 살아남았을 것으로 예상하고, 일부 배관 등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배관들이 있기에 해결 가능합니다. 다만, 해수가 어떤 영향을 줬을지는 걱정입니다.”
백 본부장은 전력시스템이 회복되면 고압 펌프로 압력이 높아질 경우에도 물을 넣을수 있어 압력 문제는 해결할수 있고, 어떤 형태로든 열교환기를 통한 냉각수 순환회로가 확보되면 열교환기의 성능이 상당히 떨어졌더라도 지금은 잔열이 작기 때문에 냉각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진단했다.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거나 정지시키기 위해 제어봉을 넣도록 돼 있는데, 일본은 아랫쪽에서, 우리나라는 위쪽에서 투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국내 원전은 전기가 끊어지면 자동으로 위에서 아래쪽으로 제어봉이 낙하되는데 반해 일본은 밑에서 넣어줘야 하기 때문에 정전사태에 대처가 잘 안된다는 지적도 내놨다. 물론 이번에는 문제가 없이 원자로가 정지되었다.
사태가 악화되어 수소폭발 등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외부 냉각이 없어도 얼마 동안은 원자로가 잔열을 견뎌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냉각수가 고갈되고 핵연료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냉각수로 해수가 투입된 이후부터 점차적으로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판단을 하기에는 정보가 매우 부족합니다.”
백 본부장은 일본의 늑장대처에 대해 “원자로가 정지됐다고 해서 모두 안심했을 것”이라며 “하나 더 덧붙이면 민간회사가 나눠 관리하고 있기에 전문가들간에 정보접근과 공유가 잘 안된 점도 시사점”이라고 지적했다.
폐연료봉 저장수조의 온도는 최대 40℃로 유지하는데, 4호기의 수조는 원자로에 모든 관심을 쏟는 사이에 온도가 100℃까지 올라가서 고갈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용 저장수조나 5,6호기 저장수조는 문제를 이미 파악하고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진단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수치의 감소에 대해선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물을 뿌려서 순간적으로 방사능 수치를 낮춘 것으로 보기에 진짜 수치가 떨어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
작업자들의 피폭 기준을 50밀리시버트에서 지금은 250밀리시버트로 올렸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을 되새겨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운전원들과 소방대원들이 방사선 피해를 입는 것이 같은 원자력을 하는 사람으로 정말 너무 안타깝습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