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대재앙] 아날로그 반도체 타격으로 납기지연 속출할 듯

세계 최대의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인 TI의 일본 공장이 대지진으로 큰 타격을 받음에 따라 아날로그 반도체 납기 기간이 길어질 전망이다.

 또 세계 4위의 반도체 기업인 르네사스 역시 일본 동북부에 위치한 7개 공장의 가동이 계속 미뤄지면서 반도체 공급이 상당기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트기업들의 재고가 소진되는 한 두 달 뒤에는 스마트폰·스마트패드·TV 등 상당수 전자제품 생산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TI는 도쿄 북동쪽 64㎞에 위치한 미호 공장이 대지진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TI 측은 미호 공장이 이전처럼 완전 가동 상태로 접어드는 데는 앞으로 4개월, 정상적인 제품 출하는 5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200㎜팹인 미호 공장은 TI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미호 공장에서는 주로 프로젝터 등에 장착되는 DLP칩과 아날로그 반도체 등을 생산해왔다. TI 측은 “이번 지진으로 1분기에 수익감소가 예상되며 2분기에는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TI가 공급하는 아날로그 반도체는 음성이나 영상신호를 디지털신호로 바꿔주거나 그 반대의 역할을 수행하는 제품으로 모든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아날로그 반도체의 경우 이를 생산할 수 있는 팹이 제한돼 있어 지난해 초에는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생산이 따라가지 못해 납기가 무려 24주(6개월)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4~20주 정도로 개선됐던 TI 제품의 납기 기간이 다시 24주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며 “공급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TI는 지난 2009년 기준으로 국내에 1조1600억원어치의 반도체를 공급했다.

 르네사스 공장은 계속 가동이 미뤄지고 있다. 피해를 입었던 동북 7개 공장의 가동이 지난 18일 현재 재개되지 못했다. 이 가운데 5개 공장이 팹(전공정)이어서 계획정전 종료 후에나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르네사스 측이 공지했다. 일본 정부는 기존 화력발전소 피해복구, 노후 화력발전소 재가동 등을 통해 5월께야 정상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르네사스 공장 역시 정상가동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체품을 찾는다 하더라도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해서 생산하기까지 최소 수 개월이 소요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생산차질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