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1발전소 원자로의 전력 케이블 접속은 완료됐지만 냉각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과 함께 향후 해수를 부은 원자로의 재생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일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사고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일단 해수와 접촉한 원자로는 재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도쿄소방청은 후쿠시마 원전 3호기에 2000톤, 4호기에 80톤 정도의 해수를 쏟아 붓는 등 원자로 온도 낮추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수가 원자로에 투입돼 원자로 표면 온도를 최대 65℃에서 40℃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고 도쿄소방청은 밝히고 있으나 이 40℃는 원자로 내부에서 유지해야할 온도다. 여전히 원전 내부는 6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냉각수가 고갈될 경우 언제든 수소폭발의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
또 냉각수를 정상공급하는데 어려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기계측기 등이 해수로 젖으면서 제대로 작동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누전위험이다.
일부에서는 전원이 복구되면서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가 들어 있는 제4원자로의 냉각펌프 가동 등으로 원자로 내 압력용기의 냉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자로 전체가 완전한 상태로 복원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진으로 인해 원자로 관련 시설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해수의 투입과 폭발 등으로 계측기기가 망가졌느냐의 여부를 변수로 보고 있다는 것.
원자로 폭발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하겠지만 이젠 ‘불안한’ 안정화 단계에 들어는 가지 않았느냐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에서 원자로 1·2·3·4호기가 해수로 인해 원자로 온도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고, 전력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냉각수 공급의 가능성에 희망이 일부 보인다는 가정하에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원자로의 재사용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됐다. 과연 이 원자로를 다시 쓸 수 있느냐는 것. 일본전력 측이 이들 원자로를 살리기 위해 콘크리트로 덮어버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로는 탄소강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구성돼 있고, 냉각을 위해 나트륨 및 다양한 불순물이 포함된 해수를 부었기 때문에 재사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KINS 측의 판단이다.
원자로가 스틸구조여서 불순물이 부식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콘트리트로 덮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현재 원자로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부분은 신중해야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원전사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도 눈에 띈다. 문제가 된 후쿠시마 1발전소 1호기는 비등형경수로-3형이고, 2·3·4·5호기가 4형, 6호기가 5형인 최신형이다. 문제가 된 경수로는 모두 3~4형이다.
이용근 KINS 방사선폐기물평가팀장은 “사고 수습이 성공적을 이루어진다면 제염(오염물질 제거) 및 해체를 통해 원자로를 분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원자로의 원자폭탄 같은 폭발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원자로 핵연료의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 농축도가 3~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자폭탄의 농축도는 90%이고, 최소 80%의 농축도는 돼야 기폭장치에 의한 폭발이 일어난다.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투자없는 안전은 없다는 것을 이번 일본 사태가 보여줬다”며 “안전을 위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된다면 우리나라 원전 연구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