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전력 복원작업이 일부 성공함에 따라 원전 사태가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냉각펌프 가동 여부가 불투명하고, 3호기의 격납용기 내 압력이 상승하는 등 위험요소가 잔존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실제로 21일 오후 3시55분께 3호기의 원자로 건물 남동쪽 위쪽에서 연회색 연기가 올라가는 것이 관측됐다고 도쿄전력이 전했다. 원자로 건물 남동쪽에는 사용후 연료 저장조가 있다. 한 전문가는 NHK 방송에서 “수소폭발일 확률은 낮다”며 “사용후 연료 저장조에는 여러 가지 연료 교환기나 전력 케이블이 있다. 방위성 조사로는 현장의 온도가 약간 올라갔다고 하는 만큼 전력 케이블이 탔을 개연성도 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된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2호기와 5호기의 전력 복원작업이 완료돼 원자로 건물 수전설비에 전력이 잇달아 공급됐다.
지난 주말 계속된 1·2호기의 전력 복구작업을 통해 지난 20일 오후 3시 46분께 2호기 외부의 파워센터 충전을 끝내는 등 원자로 수전설비까지 전력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전원 복구로 원자로 건물 내부의 전기시스템이 정상화하면 각종 냉각펌프를 가동해 원자로 내 압력용기와 사용후 연료 저장조를 냉각할 수 있다. 앞으로 각종 계측기 복원작업을 거쳐 주제어실(MCR) 기능 복원을 서두를 전망이다.
2∼3일간 부품 교체를 거쳐 주제어실을 복구하면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비상용 발전기를 이용해 5, 6호기의 원자로 냉각기능을 정상화한 데 이어 5호기는 원자로 수전설비까지 전력을 보내는 데도 성공했다.
국내 한 원자력 전문가는 “원자로 내부로 계속 주입되는 해수가 1·2·3호기 노심을 충분히 냉각시키는 가능성이 보인다“며 ”이러한 판단이 맞다면(즉 핵연료의 온도가 낮은 상태라면) 일부 외부 전원이 공급되는 현 시점에서 과열된 핵연료에 냉각수가 갑자기 들어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수소 발생 등의 문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원자로 내부의 핵연료는 크게 손상된채 겉모양을 유지할 수도 있고, 상당한 양은 파손 또는 용융돼 원자로용기 하부 쪽에 내려와 있을 수도 있는데, 두 경우 핵연료 온도는 상당히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려했던 사용후 핵연료 공용 저장조나 5·6호기 저장조는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3·4호기다. 이 두 원자로는 주변의 방사선량 수치가 높아 아직 전력은 복원하지 못했으며 현재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도쿄소방청은 지금까지 약 10시간 동안 3호기에 1500∼2000톤 정도의 바닷물을 퍼부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보안원은 20일 오후 3호기의 격납용기 내 압력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21일 NHK에 따르면 남은 3·4호기도 22일에는 전력이 공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1~6호기의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1일 아사히신문은 도쿄전력이 1~4호기의 경우 폭발로 원자로 건물의 지붕이 날아가거나 노심이 녹는 등 기술적으로 재가동이 어렵다고 판단하며, 5·6호기도 현지 주민의 정서를 고려해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상태가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