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뭔가 달랐던 한화케미칼 주총

 최근 열린 한화케미칼의 주총에서는 웃음소리가 행사장 밖으로 자주 터져 나왔다.

 경직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된 여느 주총과는 사뭇 달랐다. 총회 의장역할을 수행했던 홍기준 사장과 주주들 간에 활발한 대화가 오가면서 덩달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해 회사의 경영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꽤나 날카로운 대화가 오고 간 점을 감안하면 그 이유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날 주총 분위기가 시작부터 화기애애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소액주주들의 깐깐한 질문으로 자칫 미묘한 분위기로 빠질 수 있었으나, 홍기준 사장이 인내와 진지함으로 이를 반전시켜 나갔다.

 소액주주들의 질문과 지적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홍 사장의 경영진으로서의 소신과 근거 있는 진지한 설명이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홍 사장은 질문에 나선 한 소액주주의 얼굴을 알아보고 이름을 기억해 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년 전 주총에서 날카로운 지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평소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낸다는 홍 사장의 소통방식을 이번 주총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주주들 또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회사 측과 대화를 시도했고, 일부는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경영에 대한 조언을 했다.

 특히 중간 중간 터져 나온 재치 있는 질문과 답변은 이날 주총 행사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일 년에 한 번 경영진과 주주가 만나는 정기 주총. 대부분이 형식적인 연례행사로 넘어가고 있지만, 이날 한화케미칼의 주총은 다른 주총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열린 마음으로 주주들에게 최선을 다했던 의장. 열심히 질문하고 조언과 지적을 아끼지 않았던 주주들. 소통의 중요성이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 주총이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