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을 이끌어온 IT 벤처기업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IT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같은 기간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기업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IT 기업 비중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심장 역할을 했던 IT 분야가 대기업과 대형 포털 등 신생 벤처가 싹 틀 수 있는 환경이 더 삭막해졌다고 얘기한다. 이런 환경에 젊은 인력들의 도전정신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수한 인재 중심의 한국 산업 구조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매월 집계, 발표하는 벤처기업 현황에 따르면 국내 IT 벤처기업 비율은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06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06년 1월 전체 9853개 벤처기업 중 IT벤처(정보처리·소프트웨어)는 2044개로 20.7%의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2006년 12월 말에는 전체 벤처기업 수가 1만2218개로 늘었으나, IT 벤처기업은 2189개로 145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율은 17.9%로 떨어졌다.
2007년 말부터는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벤처기업 수가 1만4105개로 전년 대비 1887개가 늘었지만 IT 벤처기업 수는 오히려 2078개로 111개 줄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4.8%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후 2008년 말 13.7%로 줄어든 IT 벤처기업 비율은 2009년 13.4%로 줄었으며 2010년에도 제자리에 그쳤다.
올해 현재 전체 벤처기업 수는 1만9391개로 늘었다. IT 벤처기업도 3457개로 늘었지만 비율은 다시 13.35%로 떨어졌다. 전체 벤처기업과 IT 벤처기업 증가는 정부의 정책 변화로 벤처 인증을 받기 쉬워진 데 따른 것이다. 실질적으로 2006년 이후 통계에서 IT 벤처기업의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IT 벤처기업의 감소는 젊은 인력들의 창업 감소와도 직결된다. 상대적으로 장년층의 창업 비율이 높은 일반 제조업보다는 IT 벤처는 청년층의 창업 비중이 높다. 결국 벤처의 도전정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의 한 사장은 “IT 기업 특성상 대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지만, 동등한 관계는 고사하고 하도급·재하도급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창의적인 기업자 정신을 발휘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등 관련 기관의 정책도 IT 기업은 잘하고 있으니까 특별한 지원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잘한다는 것 때문에 역차별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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