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舊刊:출판된 지 18개월 이상된 책) 도서에 대한 할인율을 30% 이내로 제안한다는 ‘구간 도서 할인율 제한 협약’의 실천방안이 담합으로 규정됐다. 출판물 가격의 ‘출혈’ 경쟁을 제도적으로 막을 방안이 없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담합 규정이 신간 시장의 위축을 초래하는 등 출판 콘텐츠 산업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출판인회의가 이달부터 시행키로 했던 구간 도서 할인율 제한 협약 실천 방안은 출판 업계 담합에 대한 우려 탓에 사실상 무산됐다.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는 “18개월 이상된 도서의 할인율을 30% 이내로 제한하자는 실천 방안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부터 담합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해왔다”며 “앞으로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를 대상으로 할인율 자제를 당부하는 캠페인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 1월 전국 426개 주요 출판사 및 9개 대형서점과 공동으로 구간 도서 할인율을 30%로 제한하자는 실청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 협약에는 인터파크·11번가·예스24 등 온라인 서점들도 대거 참여했다.
출판업계가 구간도서 할인율 제한 방안을 마련했던 것은 최근 온라인 서점들의 출혈 경쟁 탓에 출판 시장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출판인회의가 130여개 주요 출판사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4년 사이 신간판매는 150만부가량 줄어들었다. 신간 대 구간 매출 비율도 2000년대 초반 6 대 4에서 4 대 6 정도로 역전됐다.
이는 할인율이 대폭 상승하는 18개월 이상 된 도서를 주로 구매하는 층이 갈수록 넓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도서 가격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자칫 신간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콘텐츠 산업에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한국출판인회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신간 서적뿐 아니라 구간 서적에 대해서도 할인 판매 제한을 명시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알고 있지만 정부가 구체적으로 출판물 가격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 개입을 할 수는 없다”며 “아직은 업계의 자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안석현·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