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여파로 부품이나 소재 수급 차질을 우려한 대기업들이 국내 부품 소재 기업에 공급 물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크게 늘고 있지만 해당기업들이 증설을 통한 제품 공급 확대에는 극히 신중한 모습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은 일본 지진 여파로 웨이퍼·CMP 슬러리 등 부품 수급난이 예상되자 국내 소재 기업들에 물량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웨이퍼 세계 1위 기업인 신에쓰를 비롯해 섬코·MEMC 등이 이번 일본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전 세계 웨이퍼 생산량의 25%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놨다. 또 반도체 연마제로 사용되는 CMP 슬러리의 80%를 공급해 온 히타치케미컬도 지진 피해를 당해 당분간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웨이퍼 공급과 관련해서는 LG실트론, CMP 슬러리는 케이씨텍 측에 공급물량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LG실트론과 케이씨텍 등은 이미 생산라인을 풀 가동 중으로 생산물량을 더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추가 공급을 위해서는 라인 증설 등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라인 증설에 시간이 소요되는데다가 피해를 본 일본 기업들이 정상화될 경우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는 만큼 라인 증설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실트론 관계자는 “웨이퍼의 경우 이번 지진이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공급과잉 상태인데다가 생산량 확대를 위한 증설 투자에는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투자 결정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 기업들의 피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케이씨텍 측도 대기업들의 공급 물량 확대 요청에 최대한 대응하겠지만 투자를 통한 증설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장기적인 물량 공급을 약속하기보다는 우선 자재를 확보하겠다는 측면이 커 업체들의 추가 투자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부품소재 국산화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