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 LG, 서로 배수진 칠 셈인가

 3D 표준을 놓고 삼성과 LG의 기싸움이 도를 넘었다.

 LG디스플레이는 언론사 행사에서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패시브 방식도 풀HD’라고 말했다는데, 밑에 있는 엔지니어가 정말 멍청한 ‘XX’들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한 삼성전자의 임원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여차하면 법적 조치까지 취할 태세다.

 물론 공개된 자리에서 경쟁사를 비난한 삼성 임원이 경솔했지만 이를 문제화해 언론에 알린 LG 측도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선의의 경쟁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감정싸움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기업 간 경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 이러한 배려가 사라지면서 죽기 살기 식의 감정싸움으로 변질됐다. 감정싸움의 끝은 배수진으로 귀착된다.

 이제 삼성전자는 편광필름(FPR) 방식의 3D기술을 검토하기 쉽지 않다. 자존심이 걸렸기 때문이다. LG진영 역시 셔터글라스를 3D 기술의 다른 대안으로 채택하자는 목소리조차 내기 어렵다. 여러 기술을 검토해야 한다는 합리적인 의견은 현재로서는 배신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3DTV 기술은 불과 2년 전에야 상용화된 기술이다. 앞으로 무한한 기술 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FPR방식도 계속 발전할 것이고 셔터글라스방식도 더 개선될 여지가 크다. 어쩌면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해야 할 수도 있고 방향을 선회할 필요도 있다.

 감정싸움을 끝내자. VHS와 베타 간 표준전쟁에 패한 천하의 소니도 자존심을 숙이고 결국 VHS방식의 VCR를 출시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최고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