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팹리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팹리스 산업은 인력은 부족하고 시장은 협소한데다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여러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이 중 중소 팹리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인력 문제다.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인해 전 IT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제조기반 없이 인력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팹리스는 그 정도가 남다르다. 대기업으로의 이탈 현상까지 더해 인력난은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인력을 수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국내 팹리스 수출 상위기업인 실리콘웍스·엠텍비젼 등은 매출의 80% 이상이 수출이지만, 사실 삼성·LG의 해외법인 또는 수출물량에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기업이 이 때문에 성장 한계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에 공급을 많이 해야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다.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되면서 칩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 또한 큰 걱정거리다. 나노 공정으로 접어들면서 수억원대의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 갈수록 양극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어 자금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조사한 애로사항으로는 첫 번째가 인력(30%), 두 번째가 자금(29%) 문제가 꼽혔다. 그 다음이 연구개발(15%)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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