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 지진 후폭풍]연구용원자로 `하나로` 가동현장 들여다보니

임인철 원자력연구원 하나로운영부장이 `하나로`의 운영 및 안전 상황에 대해 일반적인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임인철 원자력연구원 하나로운영부장이 `하나로`의 운영 및 안전 상황에 대해 일반적인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가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 10㎞ 지점서 최대 지반가속도 0.2G인 진도 6.5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원자력연구원 측과 함께 최악의 상황에 대해 ‘하나로’ 현장을 둘러보며 문답식의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산출한 결론은 ‘안전 이상무’다.

 ‘하나로’는 반경 20~30㎞의 범위 내에 대전 시민 150만명이 밀집해 있어 인근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시설이다. 특히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각과 중첩되며 오해를 살만도 하기에 직접 ‘하나로’를 찾아 가동상황과 안전시설을 둘러봤다.

 ◇‘하나로’서 정전이 일어난다면=정전 상황을 가정해 ‘하나로’의 시설을 둘러보며 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로 이용·개발본부 운영부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임 부장은 우선 ‘하나로’가 다른 원자로와 가장 다른 점으로 운용상 ‘압력’의 차이부터 설명했다.

 일본 원자로는 150기압의 고압형으로 만들어졌지만 ‘하나로’는 일반 대기압과 동일한 압력에서 운용된다는 것. 언제나 평상수준의 압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강제 급수할 일이 없겠지만, 만약 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대답이다.

 ‘하나로’에서 연료봉을 태우는 과정에서 증발하는 물의 양은 3.5톤이다. 원자로가 담겨 있는 초대형 수조가 300톤이니 물 공급 없이 정상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바닥을 드러내는 데까지는 85일이 지나야 한다. 여기에 비상보충수가 100톤이 준비돼 있고, 원자로 소화계통에 600톤의 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10톤짜리 소방차 한 대면 사흘 이상을 버틸 수 있다. 때문에 물 부족 사태는 거의 ‘0’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하나로 운영부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처럼 지진 등에 의해 정전이 돼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는 열교환기와 급수펌프가 정지한 상태로 보면 되는데, 물 공급이 대류방식이어서 걱정할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류식 급수설비 폭발위험 없어=정전이 돼 원자로 가동은 멈췄지만 물이 잔열에 의해 끓게 되면 뜨거운 물은 자연스레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물이 배수망을 타고 들어오도록 하는 대류식 급수 설계가 돼 있어 폭발 등의 걱정은 없다는 것.

 ‘하나로’는 또 0.1G의 에너지파가 오면 수동으로 원자로 운전을 멈추고, 0.2G가 되면 자동으로 서는 동시에 쿨링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연료봉이 들어 있는 원자로를 둘러싼 수조 벽 두께만 1~1.5m의 스테인리스와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져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도 지진에 의한 벽면 크랙은 없었듯 ‘하나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핵연료 걱정 안 해도 돼=‘하나로’의 연료는 주로 U-235와 U-238 60㎏을 사용한다. 농축도는 19.75%다. 열 출력 수준은 30㎿로 기존 원전의 100분의 1 규모로 보면 된다. ‘하나로’ 원자로에는 핵연료집합체가 총 32다발 들어간다. 사용후핵연료는 저장조에 380다발이 보관돼 있고, 이곳 수조에는 230톤의 냉각수가 유지되고 있다. 냉각수 온도는 현재 35℃다.

 특히 이 사용후핵연료 수조에는 온도가 높아야 45℃ 이상으로 안 올라가도록 수조를 설계했다.

 안전판은 또 있다. 일본의 경우 지르코늄 합금이 높은 온도서 수증기와 반응해 수소폭발을 일으켰지만 ‘하나로’는 연료봉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수소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데다 열전도성이 일본 원전 3에 비해 150으로 워낙 좋아 열 배출이 그만큼 쉽다.

 노심 평균온도도 기존 원전 1000℃에 비해 7분의 1 수준인 140℃에 불과했다.

 임 부장은 “물 공급이 안 돼도 2~3주는 너끈히 버틸 수 있고, 핵연료의 특성이 좋아 공기 냉각도 가능하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하나로’ 원자로 내 제어봉도 이번 일본 원전사태에서 논란거리를 안겨줘 자세히 들여다봤다.

 ‘하나로’에는 정지봉이 4개 있고, 제어봉이 2개다. 특히 정지봉은 물펌프가 잡고 있다 정전시 자동 낙하하도록 돼 있다.

 이외에도 주위에 방사선 감지기 85대가 24시간 작동된다. 부지 내 환경모니터링 계측소 6곳에서 언제나 온라인 감시를 하고 있고, 연구원내외 프로그램에 따라 환경시료를 수시 점점하고 있다.

 하나로 운영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일어난 가장 큰 지진은 1978년 9월 속리산 지진과 2004년 울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진도 5.2가 최고치”라며 “현재는 0.2G로 설계했지만 0.4G, 진도 7.2까지 견딜 수 있다”는 말로 ‘하나로’ 안전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연구용원자로 `하나로`내부모습
연구용원자로 `하나로`내부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