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2시간을 1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꿈의 신소재 ‘그래핀’의 결정입계를 규명한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23일 이종훈 울산과학기술대(UNIST) 교수는 김관표 연구원(美 UC 버클리대 물리학과 박사과정)과 공동으로 주도한 ‘다결정(多結晶) 그래핀의 결정입계 규명’ 관련 논문이 나노 분야 대표 저널인 ‘ACS NANO’ 3월 22일자에 커버 및 연구전망 논문 주제로 실린다고 밝혔다.
그래핀은 인류가 발견한 소재 가운데 가장 얇고 튼튼한 물질로 손꼽힌다. 강철보다 200배 단단하고 열전도성은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높다. 두께는 머리카락을 1000만번 나눴을 때 나올 수 있는 2.2나노미터(nM=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
이종훈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이번 논문은 그래핀 구조가 단결정(單結晶) 이라는 학계의 일반적 관념을 확대한 것이다. 이 논문은 상용화 단계에서 필요한 대면적(大面積) 합성 과정을 거친 그래핀이 단결정이 아니라, 합성된 물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입계가 존재하는 다결정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 통상적 그래핀 구조인 육각형 배열에서 벗어나 오각형과 칠각형이 연속되는 원자 배열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개별 탄소 원자관찰을 통해 규명했다.
실제 그래핀의 반도체 소자 상용화를 위해서는 결정입 크기를 제어하는 고품질 대면적 그래핀 합성기술과 그 구조의 규명이 필수 과제다. 이 연구 결과는 이론 해석과 응용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종훈 교수는 “그래핀은 일반적인 전자편미경이나 촬영법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정입과 경정입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분석법 개발이 시급했다”며 “이 논문은 화학 합성된 단원자층 그래핀을 전자현미경의 나노전자회절과 암영상 촬영법, 탄소 단원자 촬영 등을 이용해 결정입의 크기와 형태, 결정입계의 구조를 명확히 구별해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고, 다결정 그래핀의 존재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ACS NANO 연구전망 저자인 야콥슨 미 라이스대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해 “최신 전자현미경 분석기술을 포괄적으로 이용해 다결정 그래핀의 존재와 결정입계 구조를 처음으로 명확하게 보여준 논문”이라며 “이 논문의 분석 결과는 이론적으로 예측했던 결정입계 구조모델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