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형펀드 `밑빠진 독`, 자금 썰물…52일째 순유출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신흥국 증시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데다 지난해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 종료 이후 늘어난 세금 부담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93억원이 빠져나가 53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로써 2009년 9월 10일부터 진행된 기존 최장기록을 경신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2007년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바람을 타고 급속히 불어나기 시작해 2008년 6월 60조8919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22일 현재 37조9481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해외 펀드에서 이처럼 자금이 이탈하는 일차적 원인은 국내 펀드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들 수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은 27.4%인데 비해 해외 주식형 펀드는 고작 2.8%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에 비해 해외 증시의 회복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일본(-36.62%) 러시아(-34.87%) 신흥유럽(-18.30%) 등 상당수 해외 펀드가 3년 수익률에서 두 자릿수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3.19%로 국내 주식형(-1.19%)에 못 미쳤다.

장기간 손실에 지친 투자자들이 해외 펀드에서 국내 펀드로 갈아타는 흐름은 지난해 이후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지난해부터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면서 투자 매력이 크게 반감된 요인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외 펀드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 15.4%에 해당하는 소득세를 매기고 있다. 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 종합소득세 대상자들은 세율이 38.5%까지 올라간다. 해외 펀드와 국내 펀드가 동일한 수익률을 냈다고 했을 때 비과세인 국내 펀드 투자보다 세금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해외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려면 세금부담을 상쇄할 만큼 기대수익률이 높아야 한다"며 "오히려 국내 펀드 수익률에 크게 뒤지면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펀드 자금 이탈 흐름은 연말로 갈수록 더욱 가속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010년 이후 해외 펀드에서 수익이 발생했더라도 해외 펀드 세제 혜택 기간(2007년 6월~2009년 12월)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면 수익과 손실을 합친 순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도록 했다. 이 손실상계 기간은 올해로 종료된다. 내년부터는 2010년 이후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전체 투자기간 손익에 상관없이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연말이 다가올수록 손실과 수익을 따져 환매를 선택하는 펀드 투자자 움직임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희 팀장은 "해외 펀드에 다시 자금이 들어오려면 가장 큰 투자처인 이머징 증시가 회복돼야 한다"며 "이머징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진정 국면에 들어간 만큼 하반기 이후 반전의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노원명 기자/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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