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에 자동차 AS마저 막혔다

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자동차 애프터서비스(AS)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완성차 협력업체들이 일본산 부품과 부자재 등의 수입이 지연되거나 끊기면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자 AS용 제품을 수거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거나 AS용 제품 출시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시화공단의 A자동차 부품업체는 최근 대리점에 공급한 AS용 제품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현대ㆍ기아차 납품 업체인 A사는 부품보다는 부자재 문제로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A업체 관계자는 "핵심 부품도 아니고 그동안 일본에서 수입해 온 접착제와 윤활유 등이 부족해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장 납기를 맞추기 위해 AS용 제품을 수거해 이를 현대ㆍ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사는 이미 일본 대지진 직후부터 AS용 제품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A사의 경우 자동차 엔진 냉각과 관련한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 업체가 당분간 AS용 제품 출시를 늦추면 관련 대체품을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A업체뿐 아니라 상당수 완성차 협력업체들이 최근 AS용 제품 출시를 중단한 상태다. 완성차 납품도 어려운 상황에 AS 제품까지 신경쓸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A업체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 협력회사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부품 납기를 못 맞춰서 공장 라인 가동이 일부 중단돼 부품 공급에 여유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특히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원부자재 재고를 타이트하게 가져가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질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북 인근 공단의 B부품업체는 과거에 품질이 떨어져서 사용하지 않기로 한 부품을 최근 제품 생산에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산 부품의 품질이 월등히 뛰어나지만 당장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잴 상황이 아닌 것이다.

B업체 대표는 "내부 기준으로 B등급 이상의 부품만 사용해왔는데 이번에 C등급 부품을 납품받기로 했다"며 "일본 현지 공장에서 당분간 부품 생산이 어렵다는 연락을 해 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B업체가 사용하는 C등급 제품이 자동차 품질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줄 만큼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다른 부분에서도 이런 것들이 모아질 경우 전반적으로 제품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의 작은 부품 실수로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겪었다"며 "현대ㆍ기아차가 품질경영으로 글로벌 5~6위권까지 성장했는데 이러다간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ㆍ기아차 협력업체들의 채산성 저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평택 인근에 위치한 C부품업체는 일본산 부품을 대신하기 위해 최근 독일산 부품 수입을 결정했다. 단가도 비싸고 운송비도 더 많이 들지만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C업체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부품은 이번주에 비행기로 공급받기로 했다"며 "기본 단가도 비싸고 약간 다른 사양을 자체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부품을 자체 개발하기로 한 곳도 있다. 종전에 품질 기준을 맞추지 못해 포기했던 부품인데 이번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것이다.

인천 남동공단의 D업체는 자동차 밸브 사이에 들어가는 고무 관련 소재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거의 개발을 마무리지었지만 원하는 만큼 품질이 나오지 않아 일본산 부품을 사서 쓰는 쪽으로 결정했던 소재다.

D업체 관계자는 "이미 축적했던 기술이라 다시 한번 해보기로 결정했다"며 "일정 기준이 나올 경우 아예 일본산을 국산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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