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 리더]이영우 부산은행 IT본부장

[이노베이션 리더]이영우 부산은행 IT본부장

 “영업점에서 오랜 기간을 보냈지만 처음 은행 업무를 시작한 곳은 IT부서였습니다. 결국 본래 출발지로 돌아온 셈이죠.”

 이영우 부산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올초 IT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1975년 입행한 이 본부장은 1987년 영업점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10여년을 시스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1976년 부산은행 최초의 주전산기인 CDC(Control Data Corporation) 사이버 172를 도입·구축하는 데 참여했으며 1978년 서울과 부삼 범일동지점 간에 온라인시스템을 가동하는 데 일조했다.

 이 본부장은 “과학기술용인 CDC 시스템을 이용해 은행 온라인시스템을 가동한 것이 지금까지 은행 생활 중 가장 보람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1987년 4월 CDC 시스템을 IBM 메인프레임으로 마이그레이션하는 프로젝트를 마친 그는 그해 10월 영업점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2003년 전자금융팀장(e비즈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홈페이지와 인터넷뱅킹시스템 개편, 모바일 뱅킹시스템 도입, 기업전용 인터넷뱅킹 서비스 시행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했다.

 그는 ‘도전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평소 신념대로 IT와 비즈니스를 오가며 맡았던 많은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했던 경험이 현재 CIO로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시스템 성공적 오픈이 가장 큰 임무=이 본부장은 차세대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CIO를 맡게 됐다. 지난해 7월 시작한 부산은행 차세대 프로젝트는 내년 설 연휴 때 마무리된다. 현재 막바지 개발 작업에 한창이고 올 6월 통합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부산은행 차세대 프로젝트는 25년 만에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규모도 크지만 메인프레임을 유닉스서버로 다운사이징하고 계정계와 정보계시스템을 동시에 빅뱅 방식으로 개발한다는 점에서 위험요인도 적지 않다.

 어깨가 무겁지만 이 본부장은 시스템의 성공적인 오픈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IT조직의 경쟁력 향상의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우선 차세대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하기 위해 상반기 IT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이행을 준비하고 새로운 IT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이 본부장은 “내년 1월 시스템 오픈을 앞두고 IT조직을 재편하는 것은 IT인력이 이행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참여해 가동 이후 운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며 “지주사 출범에 따라 IT전략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이번 조직 재편의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은 차세대 외에도 다양한 정보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가상화 기술의 도입과 비대면 채널 서비스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은행은 2008년부터 서버 가상화를 추진해 연간 11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엔 데스크톱가상화(VDI)를 검토 중인데 우선 콜센터와 부산 기장군에 건설 중인 직원연수원에 시범 적용 후 확대할 계획이다.

 비대면 채널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인터넷뱅킹 전면 개편,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뱅킹과 오픈뱅킹 도입, 사이버지점 신설, 자동화기기(ATM) 서비스 고도화 등의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올해 초 채널사업본부와 U뱅킹사업부를 신설했다.

 ◇소통을 통한 IT의 제자리 찾기=요즘 이 본부장의 고민은 효율적인 IT 투자에 있다. 지방은행은 시중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IT 예산이 적지만 해당 지방은행의 총예산과 비교한 IT 예산의 비율은 시중은행보다 높다. IT 투자의 효율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본부장은 “금융업은 IT 투자가 진행돼야만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한데 지방은행은 확실한 분야가 아니면 투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IT 투자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효율적 IT 투자 방안 모색과 함께 ‘IT 조직의 제자리 찾기’가 이 본부장이 CIO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 중 하나다. 예전에 비하면 은행 내에서 IT 부서의 역할과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지만 아직 경영진의 신뢰나 현업 부서와 공감대 등은 부족하다는 게 이 본부장의 판단이다.

 이 본부장은 “CIO로 재직하는 동안 IT의 위상을 정립해 IT본부를 부산은행을 혁신하는 리더의 산실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계발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고 개인이 보유한 다양한 노하우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이 본부장은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를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아침회의인 ‘굿모닝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36년 사회생활을 부산은행과 함께했고 IT로 시작해 IT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며 “모두가 인정하는 성공적인 CIO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이영우 본부장은

 1975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시스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1987년부터 2003년까지 영업점과 본부를 오가며 여신심사 등 여러 업무를 맡았다. 2003년부터 3년간 전자금융팀장을 맡았으며 2007년부터 문현동지점장과 구서동지점장을 거쳐 올해 초 CIO에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