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문 삼보컴퓨터 사장은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는다”며 1년 전에 비해 크게 밝아진 모습이었다. 잠자리가 편해진 이유는 자신감 때문이다. 삼보는 아직 잠정치지만 올 1분기 첫 흑자로 돌아선다. 분기 매출 760억원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15개월 만에 맛보는 ‘짜릿한’ 흑자다. 삼보는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 매출 93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 손실이 287억원에 달했다. 이를 지난해 4분기 690억원에, 46억원으로 세 자리 적자를 두 자리로 줄인데 이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손 사장 입장에서는 너무나 값진 성과다. 공교롭게도 손 사장은 내달로 취임 1년을 맞는다. 1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면서 주주와 직원들에게 보답했다. 올해 훨씬 가뿐하게 한해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손 사장은 “노트북 AS를 최대 3년간 보장하는 ‘하이 파이브 케어(Hi Five Care)’서비스 반응이 좋고 기업(B2B)시장과 행망 등 공공부문에서 점유율이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최고 재무책임자(CFO)에서 대표로 선임된 손 사장은 1년 동안 하루를 이틀처럼 보냈다. 마음고생도 심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삼보 사령탑을 맡았기 때문이다. 2007년 10월 셀런에 인수된 뒤 법정관리에서 졸업한 삼보는 신규 사업 실패, 셀런 대주주 횡령 혐의, 경영 악화 등이 겹치며 워크아웃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았다.
부임하자마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손 사장은 직원 수를 450여 명에서 300여 명으로 줄이고 다소 방만한 사업을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모두 정리했다. “삼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지금 당장 시너지가 나지 않는 사업은 대부분 처분했습니다. 직원들하고도 이전보다 훨씬 자주 만나면서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독려했습니다. 다행히 안팎의 환경이 좋아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습니다.”
제 자리를 찾은 삼보는 태블릿을 시작으로 신제폼도 쏟아낼 예정이다. “삼보 강점은 PC입니다. PC만큼은 삼보 브랜드가 살아 있습니다. 빠르면 내달 9인치 크기의 태블릿PC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삼보가 준비 중인 태블릿은 일반 소비자 보다는 기업용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의료·교육·보험 등 흔히 기업(B2B) 시장을 먼저 공략할 예정이다. 이미 수많은 브랜드가 나와 있는 소비재 시장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특수 목적의 기업 시장이 훨씬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새로운 주인을 찾는 작업도 준비 중이다. 이미 5~6개 기업이 직, 간접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손 사장은 “다음달 정식으로 공고를 통해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며 “상반기 중에 자금 수혈이 이뤄진다면 과거 잘나가던 시절의 삼보 명성을 되찾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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