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올해 국가 공간정보 통합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난 3년간 분리 발주해온 상용 소프트웨어(SW)를 시스템구축(SI) 사업으로 통합 발주하기로 했다.
이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SI사업에 SW를 통합 발주하거나 통합 개발하면서 중소 SW업체들이 하도급업자로 전락하는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SW 분리발주 제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수년간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중소업체들의 상용 SW 대신 정부가 SI 대기업들을 통해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가뜩이나 부실한 중소 SW업체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170억원 규모의 4차 국가 공간정보 통합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난 3차 사업까지 분리 발주한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연계(EAI) 솔루션과 동기화 솔루션을 SI 개발 사업에 통합 개발하기로 했다.
EAI와 동기화 솔루션은 국가공간 정보체계에 통합되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시스템을 수직·수평으로 연계하는 대표적인 미들웨어다. 현재 10여개 국내 중소업체들이 이 솔루션을 개발한 상태다.
국토부가 이들 상용 SW를 구매하지 않고 SI 개발 사업으로 따로 구매하기로 함으로써 이들 SW 업체들은 하루아침에 시장을 잃을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 때문에 16개 중소 SW업체들과 한국SW산업협회는 국토부가 공개한 입찰정보요구서에 일제히 이의제기를 하고 나섰다.
중소 SW업체 한 사장은 “이번 조치로 중소 SW업체들은 시장을 잃고 시스템 개발 사업을 수주한 대기업의 하도급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결국 새로 개발하더라도 전문 중소업체들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간 수수료를 챙기는 대기업만 매출이 늘어나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소업체 사장은 “그동안 세 차례나 추진해온 사업과 달리 새로 개발하면서 기존 시스템과 호환성 문제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중소업체들이 개발한 솔루션 대신 또 새로 솔루션을 개발하려는 것은 중복투자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조치는 지난 세 차례의 사업을 평가한 한국정보화진흥원 권고에 따른 것”이라며 “국가 공간정보 통합체계 구축 사업의 경우 지자체·공공기관들의 시스템을 연계하는 경우가 많아 EAI 등의 솔루션을 도입하더라도 최적화(커스트마이징)하는 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해 수평·수직 연계 기능을 통합, 개발하면 개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환수 SW산업협회 전략사업실장은 “어떤 상용 SW도 시스템에 적용하려면 커스트마이징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도 전자결재 등과 같은 상용 SW를 구매하는 대신 국가가 직접 개발하면서 전문기업이 부실화된 것처럼 머지않아 EAI 솔루션 업체들도 부도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EAI는 데이터베이스관리솔루션(DBMS), 공간정보엔진 등과 같은 대표적인 미들웨어지만 국산화율이 높은 제품”이라며 “정부가 상용 SW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내수 시장을 없애버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