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백신이 쏟아진다.
국산 백신업체들이 몇 년간의 침묵을 깨고 업그레이드 버전을 일제히 내놓는가 하면 외산 백신업체들도 한국 시장에 속속 상륙 중이다.
이스트소프트(대표 김장중)는 국내 최다 사용자 수를 자랑하는 무료 백신 ‘알약 2.0’을 다음 주 공개한다. ‘알약’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는 것은 3년 만이다. 하우리(대표 김희천)는 지난달 6년 만에 업그레이드한 ‘바이로봇 2011’ 체험판을 내놓았다. 잉카인터넷(대표 주영흠)도 지난주 백신 ‘AVS 3.0’ 무료버전을 배포하고, 사용자 모집에 나섰다.
외산 무료 백신들도 국내 시장 공략에 가세했다.
체코 무료백신인 어베스트는 최신 6.0 버전을 지난달 공개했다. 독일 무료백신인 아비라도 올해 초 한글 버전을 공개하고 한국에서 세몰이에 한창이다.
김희천 하우리 사장은 “지난 3·3 DDoS 공격을 받으며 백신을 반드시 설치하고 검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다시 한번 형성됐다”며 “특히 최근 발표되는 무료 백신들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제공, 성능 경쟁도 불꽃이 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약 2.0’은 64비트 지원, 경량화·최적화는 물론이고 비트디펜더 엔진과 알약 자체 엔진, 소포스 엔진 등 멀티엔진을 탑재해 바이러스 탐지력이 한층 강화됐다.
잉카인터넷의 ‘AVS 3.0’은 무료백신으로는 처음으로 개인용 방화벽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어베스트 6.0에는 악성코드나 유해한 기능이 발견될 경우, 이 가상화 공간에서 테스트한 후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삭제하는 가상화 기능도 포함됐다.
<뉴스의 눈>
한국에서 무료 백신 경쟁이 뜨거워진 것은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등으로 백신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기 때문이다. 백신업체들은 일반 소비자에게 무료 백신을 제공해 인지도를 높인 뒤 기업용 유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준비 중이다. 한마디로 일반 대상 무료 백신은 기업용 유료 백신 마케팅을 위한 ‘미끼상품’인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코리안클릭의 지난 2월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백신시장은 이스트소프트 ‘알약’이 1700만가량의 사용자로 45.24%를 점유했다. 안철수연구소 ‘V3라이트’가 990만(26.12%), 다음클리너 670만(17.75%), 네이버 백신 320만(8.58%)의 순이다.
새로운 공짜 백신 등장에 따라 시장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윤광택 시만텍 이사는 “국내 개인용 백신 시장은 무료 백신 경쟁이 펼쳐지면서 사실상 공짜 시장으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다만 기업용 유료 백신 시장을 서로 뺏기 위한 경쟁으로 무료 백신 사업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무료 경쟁이 자칫 백신업체의 부실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무료 고객들의 눈도 높아져가고 있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한 고객이 영원히 하나의 제품만을 쓰지는 않는다”며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를 위한 재원이 필요하고 결국 기업용 시장에서 번 돈을 고스란히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악순환을 탈피하려면 해외 시장 공략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윤정기자 lin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