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발전소 원전 2호기 물 웅덩이에서 정상 운전 시 원자로 냉각수의 1000만배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등 방사능 공포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피폭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에 따르면 원전 2호기 물 웅덩이에 포함된 ‘방사성 요오드 134’의 농도가 1㎠당 29억㏃(베크렐)이었고, 이는 정상 운전 중인 원자로 냉각수 요오드 농도의 1000만배, 원전1·3호기에서 발견된 물 웅덩이 방사성 물질 농도대비 1000배나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체르노빌 원자로사고 때 발생한 방사능 양을 능가하는 수치다.
이와 함께 일본 원자로 냉각 시스템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인근 토양과 바다에 대한 방사능 오염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본 원전 1호기의 경우 원자로냉각기능 상실로 핵연료 손상, 2호기는 원자로냉각기능 상실 이후 격납용기 파손, 3호기는 핵연료 손상 및 원자로건물과 격납용기가 파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용후핵연료저장조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에 손상이 발생해 현재 해수 살포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냉각을 시도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4호기는 사용후핵연료만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원자력안전기술원 측은 “방사선에 오염된 조류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남쪽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는 최대 유속 1m/s, 폭 100㎞ 이상으로 일관되게 동쪽으로 흘러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또 KINS가 오는 6월까지 해수의 흐름과 방사능 입자의 확산 경로를 파악하는 입자추적시스템을 적용한 ‘해수 유입 방사능 입자 확산 경로’를 파악한 결과 일본 해안에서 유입된 방사능 입자는 4월 내내 후쿠시마 연안 지역에 정체됐다가, 오야시오 해류를 만나 남하한 후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태평양 내부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쿠로시오 해류에 의한 해수 이동은 주로 동향이기에,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해수에 유입된다 해도 우리나라 연안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바람도 현재 일본 동쪽에 있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동풍이 불고 있으며, 한반도는 찬 공기가 북서쪽에서 내려오고 있기 때문에 이 동풍이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긴급 소집, 국내원전 안전성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예정으로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기상청 등 유관부처 등이 모두 참여하는 점검반을 구성하고 본격 점검에 나섰다.
한편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민주당 김영환·노영민의원과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부터 받아 2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원전이 고장으로 가동 중단된 것은 89건이고, 이로 인한 판매 손실은 3329억9700만원에 달했다. 1978년부터 올해 초까지 발생한 고장은 427건으로, 한해 평균 고장 발생 횟수는 13건에 이른다. 현재 국내 원자력 발전소에 저장된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은 1500만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또 인천공항의 경우 방사능감시기 설치 이후인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전체 일본발 여객대비 수검여객 수는 고작 7682명(18.2%)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공항과 항만 등 일본에서 입국하는 모든 경로에 대한 방사능 피폭검사장비와 검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희범·김승규 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