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제논 검출…영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이 갈수록 늘고 확산 범위가 넓어지는 가운데, 이웃나라로서 우리나라 국민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강원도에서 방사성 물질 제논이 극미량이나마 실제로 검출됨에따라 불안은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들어오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고, 과연 유입되더라도 실제 우리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의 양인지 예상하고 면밀히 관측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다행히 현재까지 대부분의 시뮬레이션은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최악에 이르더라도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미량이라도 사람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도 `극미량` 제논 검출=27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23일부터 강원도 대기중에서 극미량의 방사성 제논(Xe)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출된 방사성 제논의 공기중 최대농도는 0.878Bq(베크렐)/㎥이다. 다행히 이는 방사선량률로 환산할 때 0.00650nSv/h로, 우리나라 자연방사선 준위(평균 150nSv/h)의 약 2만3천분의 1이며 국민 건강과 안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KINS는 대기확산 컴퓨터 예측모델을 이용해 방사성 제논의 이동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극히 일부가 캄차카 반도로 이동한 뒤 북극지방을 돌아 시베리아를 거쳐 남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INS 관계자는 "편서풍을 따라 동쪽으로 퍼진 방사성 물질이 지구를 한 바퀴 돈 것이거나, 캄차카반도를 타고 시베리아로 들어가는 기류를 타고 들어온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방사성물질 세계 일주=실제로 중국 환경보호부 국가핵안전국에 따르면 26일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도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131이 미량 검출됐다.

그러나 안전국은 "해당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자연 방출량의 10만분의 1 정도에 불과, 건강에는 아무런 해가 없으며 별도 조치가 필요없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일본 후쿠시마발(發)로 추정되는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ㆍ콜로라도ㆍ하와이ㆍ워싱턴ㆍ라스베이거스 등 뿐 아니라 독일 흑림지대에서도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2주가 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기간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는 바람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발견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기상청 등 전문기관의 설명이다.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만 흘러도 지구를 한 바퀴 돌고도 남는 시간인데다, 기류 측면에서도 주류인 편서풍 외에 각 지역에서 형성되는 지류(支流)에 따라 세계 곳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유입돼도 영향은 미미할 듯=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계속 검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KINS 관계자는 "사고 기간으로 미뤄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계속 발견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이제 단순히 `방사성 물질이 어디에서 발견되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농도와 양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여러 분석 결과대로라면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는 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가 우리나라에까지 미치더라도, 그 정도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거의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KINS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2호기의 노심이 100% 녹고, 격납용기 밖으로 설계누설률(0.5%/일)의 30배가 누출돼도 울릉도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피폭선량(쪼이는 방사선 양)은 0.3 mSv로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인 1 mSv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기류는 정확하게 우리나라를 향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설계누설률 `0.5%/일`은 하루에 전체 원자로내 기체의 0.5%가 빠져나오는 상태로, 기체 누출 속도가 이 비율의 30배에 이르는 것은 결국 `격납`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최악의 상황을 말한다.

만약 핵연료봉이 아직 원자로 안에 있는 1~3호기의 노심이 모두 녹고 설계누설율의 30배 규모로 원자로내 물질이 밖으로 나오는데다 바람까지 우리나라쪽으로 부는, 가능성 낮은 `대재앙`을 가정해도 계산상으로 울릉도 주민의 피폭선량은 0.9 mSv(0.3 mSv*3)다. 연간 선량한도인 1 mSv에 겨우 근접하는 수준이며, 한 차례 CT 촬영에서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량의 10분의 1정도다.

최근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국제방사선방호위원)도 "풍향이 변해 우리나라를 향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피폭 방사선량 수치는 연간 0.1mSv(밀리시버트)보다 낮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0.1mSv는 미국이나 유럽까지 한 차례 왕복 항공여행할 때 승객이 받는 방사선량, 부산 시민이 서울에 와서 두 달 정도 체류할 때 추가로 받는 자연 방사선량 등과 같은 수준으로, 국민 보건 측면에서 거의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추정 값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인접국 가운데 스웨덴 국민의 피폭량을 근거로 산출된 것이다. 체르노빌과 스웨덴의 거리가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후쿠시마 간 거리(약 1천100㎞)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방사선 피폭량의 경우 그 값이 아무리 적어도 유아ㆍ임산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만큼, 만약 한반도에서 실제로 일본발 방사성 물질이 확인될 경우 안전성 판단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