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벨 사태는 과거 해외 기업들의 특허 소송과 차원이 다르다. 국내 RFID 업계는 지난 2005년 해외 기업인 인터맥테크놀로지로부터 특허 공격을 받았고, 2006년 사비테크놀로지의 항만 물류 관련 ‘퀵 스타트 프로그램’에도 당했다. 그러나 당시는 개별 기업들의 공격에 불과했고, 국내 RFID 산업 규모도 적어 피해가 덜했다.
시스벨은 UHF RFID 컨소시엄의 핵심 특허를 확보해 전후방에서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 업체는 한국 IT산업을 공격하기 위한 저격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2000년 초 MPEG 보호 인코딩 특허소송을 통해 국내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로부터 거액의 로열티를 받아갔다.
국내 RFID 산업은 아직 태동기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전체 산업규모가 7000억원에 불과했고, 그나마 중소 영세업체들이 90% 이상 차지한다.
시스벨의 특허 공세에 주요 RFID 관련 기업들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가뜩이나 적자 사업인데, 특허소송으로 로열티까지 내게 생겼다. 가장 심각한 것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특허 전담팀이라도 있어 협상 등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특허 내용 분석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국내 대기업이 시스벨과 첫 협상을 어떻게 풀어 가는지에 달렸다. 역대 사례에 비추어 보면, 첫 협상 조건이 중소기업들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첫 협상은 로열티 책정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도 시급하다. 유관기관인 지식경제부는 RFID 관련 특허 문제에 손을 놓은 상태다. 과거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시절에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및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를 통해 특허 모니터링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9일 지식경제부는 3년 만에 ‘RFID/USN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지만 과거와 달리 특허 대응에 관한 문구는 단 한 줄도 포함하지 않았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