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56도에 위치한 덴마크에 햇볕이 제대로 드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다.
겨울도 유난히 길다. 높은 물가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고, 가계 가처분소득의 절반 이상(52.5%)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덴마크 국민은 행복하다. 5만달러를 넘어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유럽사회조사(ESS) 등에 따르면 덴마크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원천은 주변에 사는 시민을 믿을 수 있고, 정부를 믿을 수 있고, 제도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착함(善)의 선순환` 덕분이다.
착해야 잘산다? 한국에선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통계적으로 뒷받침되는 엄연한 사실이다.
착한(善) 나라가 잘사는 나라, 곧 선진국이다. 매일경제신문과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른바 `선(善)인프라스트럭처`를 측정하기 위해 총 70개 항목에 달하는 기존 선진화 지표 중 △약자에 대한 배려(공생) △사회적 공정성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성 △시스템적인 규율 등 4개 분야, 총 12개 항목에서 지수를 산출했다.
덴마크의 선인프라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1인당 GDP 세계 순위(IMF 2009년 기준)와 선인프라 순위를 비교해본 결과 상위 6개국이 GDP 기준 1~10위에 들었다. GDP 순위를 20위로 넓히면 9개국이 포함된다. 반면 선인프라지수로 드러난 한국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국 선인프라지수는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총점 기준 28위를 기록했다.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그리스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도층 도덕성을 보여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항목에서는 30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先進國)이 되려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선진국(善進國)이 돼야 한다고 충고한다. 선인프라가 중요한 이유는 구성원 간 신뢰를 증진시켜 △거래 비용을 줄이고 △거래량을 늘리며 △거래 내용을 충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 분야의 높은 투명성ㆍ청렴도는 예산 집행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 정책 신뢰성을 높여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선인프라는 개인적 차원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워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선(善)인프라스트럭처:국민의 선한 사회적 행동(사회협력)을 촉진시켜 국가의 실질적 부(富)로 연결시켜주는 제도적 기반을 말한다. 선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가일수록 정부ㆍ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고 경제적 효율성은 높아진다. 세계은행의 사회적 자본(Intangible Capital)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동양적 선(善)의 개념을 접목했다.
[특별취재팀=매일경제 이진우 팀장/송성훈 기자/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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