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집행률(신고액 대비 도착액 비중)이 40.7%에 그쳐 8년래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FDI 신고액이 10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속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28일 기획재정부ㆍ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FDI 도착액은 53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0.9% 감소한 규모다. 신고액은 전년 대비 13.8% 늘어난 13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집행액은 되레 감소한 것이다.
지경부는 이 같은 FDI 동향 자료를 다음달 초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지만 FDI 집행률은 2005년 83.2%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07년에는 70%대로 떨어졌고 2009년 50%대로 하락한 데 이어 2010년에는 40%대까지 떨어졌다.
유법민 지경부 투자유치과장은 "FDI는 신고 시점에 투자가 다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5~8년 정도 순차적으로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신고액과 실제 집행액 사이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과장은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선 만큼 집행액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10년간 추세를 보면 신고액 대비 집행액은 64%에 그쳤다. 실제 신고한 금액 대비 3분의 1은 취소되거나 지연되며 유명무실한 투자신고가 됐다는 이야기다.
최근 집행률이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변수도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 경제자유구역 등에서 설익은 투자 실적을 발표하고 제대로 후속 관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은 2009년에만 총 3억8000만달러 규모 투자유치 실적을 거뒀다고 공개했지만 이제까지 실제 집행된 금액은 1000만달러에 불과하다.
`뻥튀기 FDI`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목표 대비 신고액, 집행액을 사후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 개발 사업은 자본금에서 FDI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말레이시아 자본을 투자받아 제주도에서 휴양형 주거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이철민 미래전략실 부장은 "대규모 투자 사업 추진 시 토목공사 비용, 초기 운영 비용 등에 대한 투자금을 대출 형태가 아니라 자본금으로 받아 책임 있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인수의향서(LOI), 양해각서(MOU) 체결을 남발했던 일부 경제자유구역은 신고액까지 과대 포장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A경제자유구역은 2010년 8월까지 정부에 신고한 금액 대비 실제 집행액이 18%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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