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지주회사들이 저축은행 2~3곳을 인수해 자산 2조~3조원씩을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내에서 저축은행 부실을 지주회사에 떠넘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지주회사들이 `눈치 보기`로 저축은행 인수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반면 금융당국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지주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는 것은 자회사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지주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뛰어들면 인수·합병(M&A)이 활성화해 저축은행 부실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주회사, 저축은행 2조~3조씩 떠안나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부 안팎에서 각 지주회사가 부실 저축은행 자산을 2조~3조원씩 맡아달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국내 저축은행업계 부실규모를 12조원 내외로 추정한 만큼 4대 지주회사가 각각 2조~3조원어치의 자산을 흡수하면 부실 해소가 가능하다는 계산에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 실무라인에서 저축은행 부실 규모가 11조~12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만큼 4대 지주사가 3조원씩을 맡으면 된다는 말들이 오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각 지주사가 2개씩의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공식 공문 등을 통해 저축은행 인수 자산 규모를 2조~3조원으로 못 박아 주문을 내린 적은 없으나 지주회사당 2조~3조원씩을 맡아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 내의 부실 저축은행 처리 계획과 당국자의 발언이 시장에서는 압박으로 여겨지면서 지주회사들이 알아서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한 금융권 인사는 "앞으로 저축은행들이 시장에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심 있는 지주회사들은 나중에 인수에 나서도 된다"며 "지주회사들이 지금 부실 저축은행을 떠안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지주회사나 금융회사에 직접적으로 저축은행 인수 등을 요구한 적 없다"며 "최근 지주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스스로 원하는 일이며 정부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빅4` 지주회사 "저축은행 인수 나선다"
다만 금융권은 지주회사가 저축은행 자산 2조~3조원씩을 흡수한다 해도 실제 인수 비용으로는 2천억~3천억 원 정도만 소요될 전망이어서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국내 `빅4` 지주회사들은 매물로 나오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특히 매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달 중 저축은행 M&A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저축은행 2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나 추가로 1~2곳을 인수할 계획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저축은행 1~2개를 추가 인수할 것"이라며 "저축은행이 자산규모 2조~3조원 수준으로 커진다고 해도 전체 저축은행업계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3~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마케팅,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저축은행 인수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KB금융지주도 저축은행 인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저축은행 문제가 더 확산하면 국내 금융 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시장에 저축은행 물건이 등장하면 실사 등의 단계를 거쳐 적극적으로 인수 논의를 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정부의 저축은행 관련 펀드 조성 때 참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저축은행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내달에는 부산.대전.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도민 등 7개 영업 정지 저축은행들 대다수가 M&A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저축은행은 상당수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 매각은 인수자가 자산과 부채를 떠안는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이뤄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