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발광다이오드(LED)업계가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과잉설비 투자에 따른 후폭풍을 맞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회사도 적지 않아, 올해 LED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9일 관련 업계 및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알티전자, 에피밸리, 화우테크놀러지 등 중소·중견 LED업계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ED 패키지 전문기업인 알티반도체를 자회사로 둔 알티전자는 지난 2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주로 모바일 LED칩을 공급해온 알티반도체는 지난해부터 TV 백라이트유닛(BLU)용 LED칩까지 삼성전자에 공급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회사는 여세를 몰아 월 3억개까지 LED패키지 생산능력을 늘리며 올해 월 300억~4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한 바 있다. 알티반도체는 지난해 3분기까지는 좋은 실적을 이어갔지만 모회사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피밸리는 지난해 14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이 3배 가까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98억원으로 6.1%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492억원을 기록하는 등 손익이 급격이 악화됐다. 에피밸리는 세트업체의 재고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한 반면, 판가는 상승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됐다. 에피밸리는 올해 중국LED합작법인에서 성과를 내 예년수준의 이익률을 회복한다는 목표다.
LED조명업체인 화우테크놀러지도 지난해 93억원의 영업손실에 당기순손실은 164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는 2008년도에 일본에 수출했던 LED조명 물량 중 상당수가 계약해지 되며 재고로 껴안았던 것을 지난해 정리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M&A매물로 나온 지 상당 시간이 흘렀지만 당사자간 거래 조건을 합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회사 정상화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대진디엠피, 우리조명 지주 등 상당수의 LED조명업체는 적자는 간신히 면했지만 이익폭이 갈수록 줄며 업계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올해 LED조명 시장이 본격 개화하고 전방산업인 LED TV 등 세트 물량도 다소 늘어나는 등 일부 호재가 있을 것으로 점쳐지지만 중소·중견 업체들이 이 같은 수혜를 입을지도 불확실하다.
LED업계의 한 임원은 “LED조명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도입을 정부가 연기하는 등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며 “올해 공공 조달물량이 일부 늘 전망이지만 최근 대기업이 시장에 대거 진입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호 LI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LED TV 등 세트수요가 증가할 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재고가 상당부문 해소되는 시그널이 감지되는 등 일단 바닥은 찍은 것으로 본다”고 전제한 뒤 “다만 삼성LED 등 대기업 계열사의 가동률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에서 나오는 칩 물량이 중소·중견업체에까지 이어지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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