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차도 2년만 난장에 방치해보세요. 금방 망가집니다. 태양광 모듈은 25년을 버텨야 하니 얼마나 만들기가 어렵겠어요.”
태양광 산업이 성장하면서 ‘태양광의 꽃’으로 불리는 태양전지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모듈은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모두가 태양전지 효율만 바라볼 뿐 태양전지가 어떻게 허허벌판에서 전기를 생산하는지는 잊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실내를 벗어나면 전지는 절대적으로 모듈 성능에 의존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 태양광모듈 관리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 업체들이 규모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지금, 국내 모듈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효율·장수명 모듈을 생산하는 수밖에 없다.
◇모듈이 효율 까먹는다=태양광모듈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모듈을 만드는 것 자체가 태양전지 효율을 까먹기 때문이다. 이상적으로는 태양전지 효율이 100이라면 모듈에서도 100의 전기가 생산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95 정도만 생산되는 것이다. 이것을 ‘출력저하율’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5% 정도가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를 2%까지 줄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성용 에스에너지 차장은 “출력저하율을 1%만 높여도 전체 매출이 10억원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모듈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모듈에는 60여장의 태양전지가 들어가는데, 이들을 직렬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정밀도가 떨어질 때 효율도 덩달아 저하된다. 표면유리에 먼지나 이물질이 쌓여 물리적으로 빛 투과를 막아 효율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특히 습기가 침투해 전극에 녹이 슬면 저항이 커져 열이 발생하는 이른바 ‘핫스팟’ 현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60장의 전지 가운데 한 장에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도 직렬로 연결된 전체 전지는 이 한 장의 효율을 따라가게 된다.
◇모듈,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모듈을 관리해야 하는 더욱 중요한 이유는 오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태양전지의 수명은 이론상 무한하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기만 하면 그만큼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안형근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모듈은 그 자체로 에너지가 될 수 없으며 여기에 시간을 곱해줄 때 비로소 에너지가 된다”면서 “모듈 출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장수명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연환경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모듈 수명을 보장하기가 쉽지 않다. 눈이나 비바람은 물론이고 우박·지열·온도차·번개 심지어는 황사나 꽃가루까지도 모듈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두려운 적은 습기다. 앞서 언급했듯 습기가 침투하면 태양전지에 녹이 슬어 모듈 자체가 못쓰게 된다. 이 때문에 에바시트와 백시트·글라스·프레임 등으로 겹겹이 둘러싸지만 시트 불량 등의 이유로 습기나 공기가 침투해 산화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또 역전류 등이 발생해 정션박스가 불타거나 외부충격으로 글라스가 파손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현재 국가 R&D 과제로 모듈 출력저하율을 5%에서 2%로 낮추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으며 시트(1%), 전극(1%), 정션박스(0.5%), 셀 배열 최적화(0.5%) 등을 통해 3%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장난 아닌 모듈 관리=이처럼 모듈이 가혹한 환경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제조 단계에서부터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다. 250그램의 철구를 낙하하는가 하면 280㎏의 풍압을 가진 바람을 170시간 연속 가하기도 한다. 또 80도의 고온과 영하 40도의 혹한을 100회 왕복시키거나 습도가 85%인 공간에 40일 이상 두면서 내습성을 테스트하기도 한다. 이밖에 전기적 특성 시험이나, 조립검사·절연저항 시험 등 총 10여개의 가혹성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제품이 되어 나올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처럼 전문적인 설비를 갖추고 모듈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모듈에 대한 인식이 낮을뿐더러 관련 연구인력도 부족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 모듈 기업들이 수작업으로 불량품을 걸러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형근 건국대 교수는 “다행히도 최근 현대중공업이나 LG전자·에스에너지 등 선두기업들이 모듈 관련 R&D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R&D 지원, 인력 양성, 관련 소재 산업 동반 성장=국내 모듈 업계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우선 태양광 산업의 최종제품은 모듈이라는 인식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태양전지 연구는 수준이 높고 모듈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 때문에 관련 인력 양성이 더디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모듈 성능은 곧 소재 성능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관련 소재 산업이 동반 성장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대기업이 뛰어들어 생산이 크게 늘었다는 에바시트·백시트의 국산화가 이제 겨우 20% 정도다. 정션박스나 글라스·전극 등은 대부분 일본·미국 등에서 수입하는 형편이다.
업계의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한 형편이다. 정부의 과감한 R&D 지원은 필수다.
안형근 교수는 “우리 모듈 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길은 고효율·장수명 R&D를 통한 차별화뿐”이라며 “지금 중국과 R&D 규모에서 너무 차이가 나고 있는데 정부가 더욱 과감하고 전략적으로 여기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