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넥슨 회장의 `텐빌리어네어(10조원 부자)의 꿈`은 올 하반기로 다소 미뤄질 전망이다. 애초 상반기에 일본 증시 상장을 추진하던 넥슨이 대지진 후폭풍을 염려해 상장 일정을 다소 늦췄기 때문이다. 원전 사태 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해봤자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2007년에 이어 넥슨의 일본 증시 진입은 또 한 차례 미뤄지게 됐다.
2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지주사인 엔엑스씨(NXC)는 일본 법인인 `Nexon Co(옛 넥슨재팬)`의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1부 상장을 올 하반기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목표 시점은 올 7월 이전이었다.
한 관계자는 "상장 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게 중요한데 지금 일본 증시는 기업공개(IPO)를 할 만한 상황이 못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연내 일본행을 마무리짓는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두 차례 도전 연기=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은 2007년부터 추진됐다. 세간에는 2006년 국내 게임전시회인 지스타에서 넥슨 측이 상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넥슨 관계자는 "외부 환경 변화에도 넥슨이 흔들림 없게 됐을 때 상장을 추진하려 했다"며 "매출의 70% 이상이 국외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브랜드 인지도 강화 등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당시 상장 추진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진입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넥슨 측은 "내부적으로 시기를 조율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가의 해석은 다르다.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에서 김 회장이 원하는 가격으로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일본 증시 진입을 다시 본격적으로 꿈꾸기 시작한 때는 2010년이다. 한 번의 실패 때문인지 넥슨의 상장 추진은 조심스러웠다. 넥슨은 내부적으로 입단속을 하면서 상장을 추진해 왔다, 상장에 관한 공식적인 넥슨의 입장은 "상장을 추진 중인 것은 맞지만, 시점과 상장할 시장은 계속 논의 중"이라는 것 정도다. 그러나 노무라증권 등을 주간사로 선정하는 등 일본 증시 진입 의지는 이미 기정사실화했다.
◆상장 시 최고 13조원 평가=넥슨이 게임업계 양강인 엔씨소프트와 달리 일본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몸값 평가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게임 강국인 일본은 증시에서도 게임업 평가에 우호적이다.
2000년 초반 일본에서 게임주는 국내에 비해 5배 높은 가격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일본이 국내보다 게임시장 규모가 크다는 기업 환경적 요인도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Nexon Co는 일본시장 공략을 위해 2010년 3월 일본 프로야구단 지바 롯데 마린스와 공식 후원을 맺기도 했다. 지바 롯데는 김태균 선수의 소속 구단이다.
일본 상장 시 Nexon Co 시가총액은 최소 10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중국 법인 실적 호조로 평가치는 13조원까지 뛰었다. 이는 국내 인터넷ㆍ포털 대장주인 NHN(9조원)을 압도한다.
Nexon Co 값어치가 13조원으로 평가받으면 이 회사의 지분 78.74%를 가진 넥슨 지주사인 NXC는 10조원의 지분법 이익을 보게 된다. NXC의 지분 67.8%(부인 유정현 이사 지분 포함)를 보유한 김 회장은 단숨에 6조9401억원의 평가이익을 얻게 된다. 1994년 회사 설립 후 27년 만에 7조원 거부가 되는 셈이다.
◆김택진 대표와 비교되기도=김 회장은 국내 게임산업의 또 다른 축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는 닮은 듯 다른 꼴로 불린다.
닮은 점은 둘 다 부인이 현업에 참여 중이다.
김 대표의 부인은 카이스트 천재로 유명한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이며, 김 회장의 부인은 유정현 NXC 이사다. 김 회장과 회사를 공동 설립한 유 이사는 회사의 인사, 총무 등 경영지원 업무를 도맡았다. 현재는 지주사의 감사 업무를 맡고 있다. 유 이사는 NXC의 지분 20.71%를 갖고 있다.
경영 스타일은 다르다. 김 대표가 엔지니어 출신으로 자사 개발 게임에 집중하는 데 반해 김 회장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회사를 키워왔다.
[매일경제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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