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사업을 오는 2015년까지 매년 30% 이상 성장시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장은 척박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인물이다. 우 사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막 시작한 지난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설계를 담당했다. 삼성전자는 그 당시 단순한 전자식 아날로그 시계 IC, 트랜지스터 등을 양산하던 시기였다. 반도체라는 것을 삼성에서 처음 접한 그는 1983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였던 벨랩으로 이직, VLSI(대용량 집적회로), FPGA(프로그래머블반도체), 병렬컴퓨팅 분야를 연구했다. 이후 샌서치에서 CDMA 칩세트 개발, TI에서 3G칩세트 등 통신반도체를 개발하다 2003년, 20년 만에 삼성전자로 복귀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다시 맡게 된다.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 선두업체로 발돋움한 것도 우 사장의 통신 칩 개발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우 사장은 올해 초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조직을 크게 강화한 것에 대해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설계뿐만 아니라 공정, 제조, 마케팅 등 각 분야의 전문인력이 많이 필요하며 조직운영도 전문화돼야 한다”며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말했다. 우 사장이 시스템LSI 사업부의 핵심 사업으로 꼽은 것은 AP,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드라이브IC와 파운드리를 꼽았다. AP에 대해서는 “지난해 스마트폰 AP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며 엑시노스(Exynos)라는 브랜드까지 론칭해 글로벌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AP에서만 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 사업도 강화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2015년까지 매년 30% 이상의 매출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세계적인 팹리스 기업뿐만 아니라 팹을 갖고 있는 종합반도체 업체들도 고객으로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정기술에서 앞서가기 위해 20나노 이하 공정까지 IBM의 연구소뿐 아니라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도 병행해 추진 중이며, 차세대 공정개발을 위해 신물질 개발, 트랜지스터 구조 개발 등과 같은 선행 연구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매출은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 사장은 “일본 지진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이 큰 폭의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AP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AM OLED, 3D 관련 드라이브 IC 등도 기대주”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우 사장은 “시스템반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업체와 시스템IC 업체 간의 교류가 활발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인재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학계 및 연구소 인력들이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또 해외인재 수혈이 느는 만큼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우 사장은 “일각에서 국내 팹리스 산업에 대한 기여가 적다는 지적을 하고 있지만 국내 상위 20개 팹리스 기업 가운데 60%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이용 중”이라며 “삼성전자는 팹리스가 확보하기 힘든 IP와 공정기술을 제공하고 팹리스는 차별화된 설계를 통해 서로 동반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제품과 반도체를 함께 하는 만큼 완제품 분야 경쟁 기업들이 삼성전자 제품을 꺼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삼성전자 세트사업 부문은 중요한 고객 중 하나일 뿐 다른 고객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세트와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고객 비밀도 철저히 유지한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막 10위권에 진입한 지금, 경쟁 반도체 업체 견제와 세트 기업의 우려를 극복하는 것이 우남성 사장의 큰 숙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