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고 출신 신입생, 과학고 출신 2학년에 이어 일반고 출신 4학년까지. 올해 들어 석달 사이에 3명의 학생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KAIST는 특히 일련의 사건이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자칫 `베르테르 효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30일 KAIST에 따르면 학교측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는 심리검사를 실시했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이 전 학년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그 범위를 전체 학생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검사 결과 심리 불안정 상태가 심한 학생에 대해서는 별도의 상담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학교 내부에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나름대로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대학생활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새내기 지원실을 개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학생들의 자살이 계속되고 있는 데 따른 대책이다.
이와 함께 고교 때까지 공부에만 매달려왔을 학생들이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체육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며 성적에 따른 수업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납부액을 조정하는 방안을 총학과 협의중이다.
더불어 학생들이 미래 리더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학기 초에 스스로 시험중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도록 하면서 15점의 점수를 준 뒤 학기 말에 자발적으로 약속 불이행에 따른 점수를 반납토록 해 남은 점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명예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장기대책 외에 단기적으로는 조만간 중간고사가 끝나면 시작될 축제기간에 그동안과는 달리 오후 강의를 진행하지 않고 오로지 축제만 즐길 수 있도록 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이승섭 KAIST 학생처장은 "큰 꿈을 갖고 있고 미래의 지도자가 될 우리 학생들에게 잇따라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솔직히 당혹스럽고 구성원 모두가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학생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울한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나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어 "학교가 발전하려면 학생들이 행복해야 하는 만큼 공부만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마음이 여린 우리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들어 KAIST에서는 지난 1월 8일 전문계고 출신 1학년 조모(19)군이 저조한 성적 등을 비관해오던 중 학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달 20일 경기 수원시에서 과학고 출신 2학년 김모(19)군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29일 오후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에서 4학년 장모(25)씨가 투신하는 등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