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완의 퓨처인터넷] 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인터넷 생태계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가 일상에 스며든 뒤 소수 전문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신문·잡지 등 전통매체에 단순히 게재하거나 기고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제 누구나 카페·커뮤니티·게시판 서비스(BBS)·블로그 등 개인 미디어를 활용해 특정 분야의 전문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개인미디어는 아이디어와 기술 발전을 통해 그룹웨어 수준까지 진보했다.

 그동안 일부 우수 커뮤니티나 파워 블로그 운영자 대상의 보조금이 있었다. 이는 해당 사이트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기업 마케팅 차원에 불과했을 뿐 본격적인 수익 배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트래픽이 상대적으로 낮은 커뮤니티나 블로그 운영자는 보조금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국내 포털 사업자가 자사 서비스 트래픽을 중앙 집중적으로 증가시켜 광고수익 극대화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해 왔다. 반면 해외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는 주요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유치하고 그 광고를 커뮤니티나 블로그 운영자가 자신의 공간에 광고를 배치해 수익을 배분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즉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는 수수료를 받고 광고 영업을 대행하는 대신 콘텐츠 제공자는 트래픽을 기반으로 본인이 운영 중인 사이트의 공간을 임대해주는 것과 같다. 구글 ‘애드센스’나 애플 ‘아이애드’가 대표적이다.

 콘텐츠 저작권 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정착된 분야는 음악 산업이다. 불법복제 문제가 있으나 저작권 체계가 불분명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작사·작곡가에게 저작권료를, 연주자에게 실연료를 배분해 인기 음악인의 경우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이는 더 나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다.

 반면 커뮤니티나 블로그 콘텐츠는 음악 산업처럼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대중성과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우수 커뮤니티나 파워 블로그 운영자는 방문자 트래픽을 기반으로 공동구매, 배너 광고 게재 등 부분적인 수익창출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을 뿐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커뮤니티나 카페는 1인 미디어인 블로그와 달리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운영진이나 회원들의 반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 운영자나 블로거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없다면 어떻게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까.

 21세기를 ‘지식정보화 사회’라고 한다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콘텐츠 생산자가 누구보다 중심에 서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기회 비용에 대한 합당한 수익이 귀속돼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 생태계가 정착돼야 한다. 일정한 규모의 수익은 생산자가 더 나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필수 영양소와 같은 것이다.

 앞으로 서비스 주체인 기업과 블로거, 홈피 운영자, 카페 운영자 등 콘텐츠 생산 주체인 개인이 콘텐츠로써 발생한 수익을 상호 분배하는 인터넷 생태계가 정착될 것이다. 수익을 배분하는 플랫폼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비스 운영 기업과 사이트, 그 서비스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인 및 그룹 간에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 구조로, 참여와 개방이라는 웹 2.0 정신이 수익 측면에도 본격적으로 구현된 새로운 인터넷 생태계의 도래로 볼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트위터 서비스가 자신의 시스템에 데이터를 올리고 가져 갈 수 있는 오픈 구조를 API 형태로 제공해 자사 시스템과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사의 시스템 간에 협업하는 상생의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플과 구글이 ‘앱스토어’라는 장터 구조를 만들어 다수의 개발자와 다수의 사용자가 참여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생태계를 형성한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간 성공한 인터넷 기업은 독점적 구조에서 탈피해 개방과 참여 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터넷 생태계로 서비스를 진화해야 한다. 독점적 지위에 안주해 변화를 게을리 하면 10년 전 자취도 없이 사라진 PC통신 회사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전제완 유아짱 대표(ceo@uajj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