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은 고부가가치 지식기반산업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대표적 성장동력이다. 특히 인구고령화와 바이오기술의 발전으로 의약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시장규모는 80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국내 신약개발 산업은 세계적인 다국적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대형기업이 부재하고 연구개발 투자규모도 취약하다.
실제 국내 최대 제약기업의 매출액(동아제약 4.7억달러)은 세계적 기업(화이자 461억달러)의 약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약개발보다는 복제약품 생산에 치중해 과당경쟁구조가 형성됐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다. 신약 후보물질의 발굴과 검증절차가 끝나야 다단계로 이뤄진 임상실험을 통해 신약으로 태어날 수 있다. 따라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은 신약개발을 위해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절차다.
현재 국내 신약개발 대상 후보물질은 총 140개다. 신약 종류로는 화합물이 총 75개로 가장 많았고 바이오가 60개, 천연물이 5개로 뒤를 잇는다.
◇신약후보물질 발굴 과정=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는 크게 3가지 주요 검증절차가 있다. 물성분석기술, 독성 및 약동력학 연구, 분자설계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물성분석기술은 화합물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분석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성질들을 파악하는 단계다. 신약개발 초기단계에서 고품질의 선도물질을 선별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선진국의 대형 제약사는 고효율 물성분석 기술을 구축해 라이브러리 검색단계부터 후보물질의 선정에 활용하고 있다.
독성 및 약동력학 연구는 약물의 약효 및 독성 발현 등을 검증하는 절차다. 약물을 복용하면 인체 내에서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약물 농도 변화를 보인다. 약물의 체내동태 변화에는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과정에 존재하는 화합물 고유의 물성적인 측면과 인체의 생물학적 측면이 모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약물의 농도 변화는 약물의 약효 및 독성 발현 등과 관련이 깊다.
이와 함께 효율적 신약개발을 위해 활용되는 첨단과학기술 중의 하나가 1990년 중반 이후 컴퓨터 성능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도입된 분자설계기술이다. 분자설계기술은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는 화합물들을 눈으로 보고 만지면서 설계를 가능하게 해 신약개발의 비용과 시간을 줄여준다.
◇신약개발 도전 더 쉽게=국내 중소기업은 이같은 후보물질 발굴에서 비롯되는 신약개발에 대한 시도가 쉽지 않았다. 신약개발에는 10년 이상의 개발기간과 엄청난 초기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 제약사나 벤처기업의 신약개발 도전을 쉽게 할 수 있는 지원책이 국내에도 마련됐다.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단장 유성은)이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기초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금력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 제약사 및 벤처기업을 위한 ‘R&D도우미’로 적극 나섰다.
사업단에 따르면 플랫폼연구팀은 신약후보물질 평가에 필수적인 약동력학·물성분석·분자설계·기초독성분석 등의 원스톱 서비스체제를 갖추고 신약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초기 개발 단계에서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데다 신약개발 과정의 실패율과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한 예로 심장독성유발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시스템인 패치클럼프는 장비값만 수억원대로 2~3년 전만해도 중소기업이 이를 이용하려면 2000만원의 비용을 내야 했다. 이를 A기업은 지난해 화학연구원에 의뢰, 50만원으로 해결했다. 자동화 시스템 구축으로 원재료비 정도의 비용이 소요됐다.
유성은 사업단장은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의 보급으로 중소 제약사나 벤처기업들의 신약개발 노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 한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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