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삼화저축은행 대주주 신삼길 명예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삼화저축은행의 경영진과 대주주가 특정 업체에 자기자본의 25%인 신용공여 한도를 넘겨 대출해준 혐의와 관련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대출 건마다 일정액의 이자를 붙여 받은 뒤 그 돈을 개인 용도로 횡령하거나 불법 행위에 사용한 의혹도 있는 상황이다.
삼화저축은행은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재무상태가 나빠졌고 지난 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저축은행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불법대출, 꺾기, 횡령, 은행의 사금고화 등 삼화저축은행의 의혹 사례는 금융시장 비리로 얼룩진 ‘불법 백화점’ 그 자체다.
금융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부실은 ‘시한폭탄 돌리기’에 비유될 만큼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이자의 기준점이 되는 채권금리 보다 높은 이자를 투자자에게 약속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에 과도한 대출을 맡겼다”고 말했다. 높은 금리로 발생할 적자를 메우기 위해 신용이 낮은 기업이나 개인에 자금을 대출함으로써 부실이 커졌고 여기에 꺾기와 대출 수수료 등 이자선취를 통해 불법 수수까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러면서 저축은행의 부실 규모도 사상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실규모는 지난해 말 6조9000억원으로 1999년 외환위기 당시 5조원, 2004년 카드사태 당시 3조9000억원보다 커졌다.
금융업계는 최근 논의되는 저축은행의 부실처리와 매각을 모두 시장논리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저축은행 부실의 단초가 된 불법 관행은 책임자 처벌과 문책을 통해 정리하고 부실 규모에 대해서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인수협상 테이블이 성사될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매각 논의의 핵심을 이루는 은행지주 외에도 기업과 증권사 등으로 문호가 더 개방돼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저축은행의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가운데는 2∼3년전부터 저축은행에 관심을 갖고 인수에 나선 곳도 있다”며 “중소 증권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영업망 활용과 PF 투자에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은행지주나 금융권이 부실을 떠안기에는 모두 부담이 될 것”이라며 “건전자산만 인수할 경우 은행지주 외에도 증권사나 다른 금융권에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사업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현행 여신만 이뤄지는 저축은행의 창구를 금융투자 상품 판매 창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증권사가 인수하더라도 영업점으로의 활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법의 개정을 통해 저축은행의 사업범위를 넓혀주면 금융지주사나 증권사 등에서도 저축은행을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박창규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