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전기기술은 산업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까지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한국전기연구원은 이 같은 전기기술의 발전 트렌드를 집약해 5개 산업분야 11개 유망 전기융합기술을 선정·발표했다. 이에 전자신문은 한국전기연구원과 공동으로 국가 R&D전략과 산업계의 기술개발 방향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망 전기융합기술을 모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환경·에너지 전기’는 첨단 전기기술을 기반으로 환경 및 에너지 산업의 고도화를 추구하는 미래 유망 전기융합 기술이다.
오폐수 처리, 틈새 신재생에너지 개발, 소형전지 분야 등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 기술에는 대표적으로 ‘초고자장 수처리’ ‘소형 핵전지(반영구 전지)’ ‘도시형 풍력발전’ 등이 있다.
‘초고자장 수처리’는 쓰레기 더미 속에 있는 철을 자석으로 골라내는 것처럼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물 속의 금속 성분을 걸러내는 기술이다. 구리선으로 만든 전자석의 수 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강한 자장을 일으키는 초전도 기술이 그 토대다.
현재까지 초전도를 이용한 수처리 기술은 폐수 처리를 위한 장치 개발이 중심이었다. 일본,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이미 직경 30~40cm의 파이프에 장착할 수 있는 초전도 자석을 개발해놓은 상태다. 앞으로 더 큰 파이프에 더욱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빠르게 오폐수를 처리하면서 2차 오염(추가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수처리가 가능해진다. 물 부족 국가에는 용수 문제 해결에 이어 환경오염원까지 줄일 수 있다.
미래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시형 풍력발전’은 빌딩 옥상이나 건물 사이 등 도시의 좁은 공간을 활용한 발전기술로 현재 큰 날개(블레이드) 대신 풍동 속에 직접 터빈을 설치해 크기와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소형 풍력 발전기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또 흩날리는 깃발처럼 펄럭이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섬유(직물) 형태의 풍력 발전시스템도 연구개발 중이다.
특히 도시형 풍력발전은 약한 바람에도 발전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형 태양광 발전과 함께 설치할 경우 상호 보완으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분산전원 형태로 사용처 바로 옆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장거리 송전이 필요 없고, 따라서 송전 손실도 적다.
‘소형 핵전지(반영구 전지)’는 적은 전력을 오랜 기간 뽑아낼 수 있도록 고안된 전지다.
전원공급이나 배터리 교체가 어려운 땅 속 배관이나 송전선처럼, 즉 전력은 작게 소모해도 수명은 수십년이 필요한 곳에 안성맞춤이다.
효율과 기술 향상에 따라 사회 인프라 설비 곳곳에 적용될 경우 고장 감소는 물론이고 유지 보수 비용까지 크게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동우 KERI 초전도연구센터장은 “국내에서는 포스코의 열연 냉각수 정수를 위한 초전도 자기분리 기초연구가 수행됐고, 현재 제지 페수의 재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1일 80톤급 초전도 자기분리 장치 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제지공장의 폐수를 초전도 자기분리 기술로 정수해 재활용하면 연간 130억톤의 물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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